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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리뷰

뜻을 못 이루고 떠난 영혼들을 위한 詩

영화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숨기며 지냈던 여고생들의 하루를 보여준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맴도는 대사다.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은 둘도 없는 단짝이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날, 세미는 하은이 죽어있는 불길한 꿈을 꾼다. 하은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고 생각한  세미는 다리 부상으로 입원 중인 하은을 찾아간다. 그리고 하은에게 수학여행을 같이 가자고 조른다. 몸 상태도,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은 하은은 수학여행을 못 갈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는 두 소녀의 일상을 가만히 보여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상황들이지만,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묘한 분위기 때문에 홀리듯 보게 된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꺄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둘. 서로를 마주보고 손을 맞잡고, 장난을 치는 소녀들의 천진한 모습 덕분에 순간 추억여행에 빠지기도 했다(친구들아, 잘 지내고 있니?).



하지만 세미와 하은의 관계는 좋게만 이어지지 않는다. 세미는 도통 속내를 모르겠는 하은에게 속상함을 토로한다.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될 리가 있나. 삐걱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오해가 쌓여가는 둘. 관계가 끊어질 듯한 위기상황까지 발생하지만, 다시 가까워진다. 세미의 용기 있는 고백 덕분애.


단짝 여고생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풍기는 <너와 나>.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 놓인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세미와 하은의 스토리는 실체가 아닌 판타지(하은의 꿈)일 수도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코드들(여고생, 죽음, 수학여행, 안산, 흔들리는 물잔, 노란 꽃 등) 때문이다. 너를 나만큼 사랑했던 세미의 못다 이룬 꿈이 하은에게 전해진 것일 수 있다. 만약 둘의 상황이 실체였다 해도 슬픈 건 매한가지다.



이렇듯 <너와 나>는 청춘의 순수하고 진심어린 사랑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까지 말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갖춘 영화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 고백을 한 소녀들의 에피소드에서는 가슴 벅찬 감동을,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는 슬픔을 전한다. 한없이 설렜다가 한순간에 슬퍼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케 하는 미묘한 영화다.


연출도 좋았지만 영화를 더 빛나게 한 또 다른 요인은 박혜수! 보는 내내 그의 연기에 감탄했다. 세미의 풋풋한 모습과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혜수의 연기에 감동했다(연기 참 잘 하는 배우!).


보고 난 후에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너와 나>. 귓가에 계속 맴도는 대사 "사랑해"와 "진짜 간다". 이는 살아가면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는 말들이기도 하다. 사랑, 그리고 죽음.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만 한다. 그러나 사랑을 못다 이룬 영혼들이 있다. 바로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이다. 사랑을 채 이루지 못하고 떠난 소녀들이여. 그곳에선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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