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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마음 속 '구멍'을 채워줄 영화



요즘 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을 다시보기 중이다. <카모메 식당>, <안경>에 이어 다시 본 작품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품들은 내용의 특이성도, 이렇다할 독특한 분위기도 없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 기분이다. 심적으로 힘들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들은 위로를 건넨다. 내가 처한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인지, 영화가 주는 위로의 방식마저 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다른 작품들보다도 특히 '위로'에 집중하는 영화다. '위로'라는 단어가 표면적으로 드러난다. 위로의 대상은 '외로움에 처한 사람들'이다. 영화 속 주인공 '사요코'는 모태묘녀다. 할머니의 유전성을 이어받은 탓인지, 그녀 주변에는 끊임없이 고양이들이 따랐다. '고양이 부자'인 그녀는,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외친다. 영화에는, 외로움에 사무친 네 명(사요코를 제외한)의 고양이 차용자들이 등장한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 가족과 떨어져지내는 중년 남성, 늘 기계적인 업무만 해대는 렌터카 여직원, 사요코의 중학교 동창생. 이 네 명이 고양이 차용자들이다. 각 인물들은 '구멍'이 있다.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구멍. 고양이들은 그들 마음 속 구멍을 채워주기 위해 활약(사실, 그렇다할 활동은 없지만)한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따듯한 털을 가진 고양이들은, 일정 기간 그들과 함께 머물며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



앞선 네 명 뿐만 아니라, 사요코 역시 외로움에 사무친 상태다. 할머니를 여읜 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수많은 고양이들과 동거하지만 '사람에 대한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을 목표로 세운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끊임없이 '결혼하고 싶다'를 되뇌이는 그녀는 깨닫는다. 고양이들만으로도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의 엔딩신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요코의 대사는, 그녀 마음 속의 '구멍'과 '왜 고양이를 사람들에게 빌려주는지'를 알려준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슴에 뻥하고 구멍이 뚫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매일 짜증날 정도로 밝은 아침이 찾아오고, 눈치없이 하루 세 번 배가 고프고, 지겨울 정도로 해가 지면 다시 해가 뜨고,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봄이 가면 또 여름이 찾아오고, 너무나도 슬퍼서 채울 수 없었던 마음 속 외로운 구멍을 조금씩 채워준 것이 고양이들이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사람이 아주 많다. 구원받지 못한 슬픔이 아주 많다. 그래서 오늘도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마음 속 구멍을 채우기 위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그의 사단) 작품들에서는 고양이가 줄곧 등장한다.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을 부르는 동물'을 상징한다. 감독의 작품들에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벗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위로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배어있다. 소소한 스케치들이 선사하는 감동.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들의 특징이다. 힐링이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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