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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꽃며느리밥풀꽃'
피는 길을 지나

가을이다, 도심에서 가까운 관악산의 단풍은 지금이 절정이다

by 유리안


계곡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암릉이 많은 관악산은 곳곳에 크고 넓은 돌과 바위가 많다. 오래 걷고 싶은 생각에 연주대 정상까지 1시간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서울대 내 건설환경연구소 앞 등산로로 가지 않고 관악산역에서 '관악산공원' 산책로를 지나 '계곡나들길'을 택해 올라간다. '제4야영장'에서 왼쪽으로 접어든 계곡 길은 우기에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골짜기마다 흘러넘치는 물소리로 요란하지만 그 많던 물이 다 말라 있을 때도 많다. 서울 근교에서 등산로 가까이 접근이 쉬우면서도 이렇게 편한 계곡 길을 가진 산은 흔치 않다. 과천과 안양, 사당을 아우르는 관악산은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산이다.


계곡 길을 따라 사오십여 분 걷다 보면 햇살이 잘 드는 나무 밑동 아래 '꽃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룬 곳이 보인다. 꽃며느리밥풀꽃이 피어 있는 길이 보이면 연주대 절반 가까이 온 거다. 건설환경연구소 앞 등산로와 합류하는 다리를 만나게 되고 올라온 만큼의 또 1시간 10분여를 더 올라가야 연주대 정상에 도착한다.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돌층계로 잘 정비된 등산로로 올라간다. 이 길은 너럭바위가 많아 계곡에 발 담그고 앉아 쉬며 땀 식히는 등산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올라가다 꼴딱 죽을 것만 같이 힘든 제3깔딱고개를 올라 데크 바로 왼쪽에 암릉으로 형성된 '말바위능선'을 보고 가기로 한다. 연주대로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고 절경이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암릉길이라 자제하고 사진만 찍고 내려온다. 맑은 날은 하늘을 배경으로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관측소' 흰색 축구공 모양의 레이더가 능선의 위치와 맞닿아 보여 일품 사진이 나오는 능선이다. 다시 내려와 연주대로 가는 일반 등산로로 접어들어 연등이 걸린 돌계단을 또 올라간다. 가을이면 선명한 분홍빛 연등이 단풍색과 맞물려 더 붉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등 길이다. 연등이 길게 이어진 돌층계를 마저 다 오르면 드디어 연주대 정상이다. 초행길이라면 올라오느라 악! 소리 났을 텐데 수고들 하셨다.


한국의 산 중 가장 독특한 정상석을 품고 있는 관악산 정상 부근은, 세모 모양의 커다란 바위에 한문으로 관악산 629m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비스듬하지만 안전하게 놓여 있다. 이 바위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지는 광경이 자주 펼쳐지는데 어쩌면 헉헉거리며 이 악산을 올라온 보상으로 얻는 관악산 꼭대기에서 부는 바람과 해, 발아래 굽어 보이는 산 세와 더불어 오래 남을 사진이다. 이 넓고도 큰, 산등성이에 앉아 전경을 내려다보면 한여름엔 뜨거운 태양의 기운이, 비가 그친 날은 선선한 바위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남산타워'와 '롯데월드타워'가 한눈에 시원하게 보이는 탁 트인 전경에 속이 후련해질 관악산 '연주대' 정상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연주대를 넘어 '사당능선'을 넘기로 한다. 정상에서 왼쪽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면 오랜 세월 바위틈에서 꼿꼿이 자라고 있는 소나무와 함께 '솔봉'의 경치가 그만이다. 관악산역에서 시작해 계곡나들길을 지나 연주대를 넘어 사당능선을 오가는 소요시간은 4시간 반에서 5시간이 소요된다. 넓고 큰 바위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고갯길이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다. 바위 위에 바위를 얹어 절묘하게 위치한 '관악문'을 지나 '마당바위'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게 되는 이곳의 전망은 사시사철 다채롭다. 해 떨어지는 광경이 장관인 '선유천 국기봉'을 들러 사당역 방향으로 내려가면 하루의 산행이 마무리된다.


양지바른 길목에서 올망졸망 피어있던 '꽃며느리밥풀꽃'이 지면 곧 가을이다, 도심에서 가까운 관악산의 단풍은 지금이 절정이다. 호수공원 인근 단풍 터널이 환하게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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