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티키타카보다 중요한 것
그의 바디랭귀지를 주목하라
소개팅 어플을 다운로드한 결정적 계기가 있다.
지인에게 받은 소개팅이 티키타카도 잘 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또 실패해 기분이 다운됐었다. 대화 내내 여행과 영화에 대한 공통점이 있어 꽤 즐거웠는데, 그는 결국 내게 반하지 않았다. 오래 소개팅을 쉬어 감을 잃은 건가 싶고, 비혼주의로 가야되나 싶어 고민하다 소개팅 앱들을 다운받았다. 잃어버린 감도 찾고, 여러 남자들을 폭넓게 탐색해보고 싶었다.
소개팅 앱을 본격 사용하기 전, 마지막 소개팅 실패 요인을 복기해 봤다. 우선 첫 연락부터 만남까지의 텀이 너무 길었다. 하필 생일 주간을 맞이하고 있던 나는 솔로로 맞는 생일인지라, 주말마다 약속을 잡아놨었다. 이에 상대방과 연락한 지 2주가 넘은 뒤에나 만나게 되었다. 미리 양해는 구했었지만, 그 사이 별 연락도 없이 지냈으니 텐션과 기대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 기간 동안 상대방은 얼마든지 새로운 소개팅을 하려면 할 수 있었을 거다. 다음부터 이런 기본적인 실수(?)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다음으로 놓친 주요 포인트는 남자를 볼 땐 말보다 행동을 봐야 한단 점이었다. 그 날은 행동보다 말에 집중했다. 문과적 성향을 갖춘 상대방은 말재주가 있었고, 유쾌하고 솔직했다. 이런 점이 긍정적 신호라 생각했는데, 말 중간 중간 눈에 띄게 몸을 트는 상대의 자세가 결국 빨리 자리를 뜨고 싶어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실제로 만난지 2시간 정도 지나, 그는 근처 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일어섰다. 차로 집 근처에 내려주며 만나서 즐거웠단 얘기는 했지만, 또 연락하겠단 말은 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러했다.
30대들에 이상형을 물으면 대다수가 ‘대화가 통하는 사람’,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이라 답한다. 생각해보면 처음 본 사람과 티키타카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티키타카는 친한 친구 사이, 정말 취향이 맞는 사이에서나 가능하다. 서로에 대한 설렘, 호기심, 기대감을 갖춘 사이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게다가 아이스브레이킹이 잘 되지 않은 텐션있는 남녀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화가 통하는, 티키타카가 잘 될 사람을 찾았던 내 자세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대화가 재밌지 않아도, 온 정성을 다해 내게 집중하고 귀 기울일 사람을 만나야겠다 생각했다. 우리의 말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다. 그 생각을 하며, 왠지 가장 내 얘기에 귀 기울일 것 같은 OK남에게 나 역시 OK를 보냈다.
피플의 첫 매칭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