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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명 Mar 30. 2020

격리, 나름 굿.

최근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던 사람인지 확인 가능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격리가 대세가 되자 혼자 있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인간이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 이상으로 고통스럽다면 그 부분에 취약하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늘 군중들 속에 스스로를 던져왔던 사람일수록 작금의 사태는 곤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연애하기에 가장 매력이 없게 느껴지는 타입은 나에게만 목매는 사람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스스로의 시간을 잘 활용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곤 한다.


거의 모든 모태솔로들이 필요 이상으로 관계에 집착함으로 인해 그 모솔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의지를 받기도 함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존재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의존은 다르다. 의존은 상대가 없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상태를 말한다. 


간혹 헤어지자는 자신의 말을 듣고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라는 옛 연인의 협박 아닌 협박을 들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이지만, 나도 모르게 의존하게 되는 특정 사람이나 대상들이 많을수록 혼자 있게 됨은 고통의 시간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인간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방식은 삶을 관조하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불균형과 비대칭을 바로잡는데서 시작된다.


지금처럼 예측 불허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있음으로 인해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한 에너지와 지혜를 충전하기 좋은 시점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활용해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염려를 배제한 현재 시점의 나의 상태값을 확인하는거다. 

나의 구질구질함, 찌질함, 어리석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들이 주어졌다. 


그리고 차분하게 스스로를 관조하다 보면 친구관계, 가족, 연인, 결혼에 대한 관념과 사상에 뒤섞인 불순문들을 좀 더 차분하게 정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기회다. 그것도 절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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