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터뷸런스 May 24. 2023

어떤 리더 밑에서의 어떤 팀원

비즈니스 방향 설정에서 오판이 나오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어떤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카더라'만 듣고 섣불리 의사결정을 해서다. 어떤 공동체든 결정을 하기까지 실체적인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집에서 에어컨 한대를 사도 어디다 세워둘지 고민하는데, 비용이 투입되는 주제라면 그 검토와 검증은 심층적이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력 채용'이었다. 단순히 텍스트 몇 개와 경력 몇 줄로 면접을 볼지 말지에 대해 결정하는 일은 내 미래와 직결된 일이었기에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수백 개의 이력서를 보고, 면접 횟수가 50번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면접자의 이야기를 단 몇 분만 들어도 대략 이 사람이 적격자 인지 부적격자인지 정도는 감이 오더라는 거다. 

경험을 통해 같은 질문에도 어떻게 눈빛으로, 어느 정도 톤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너무나 달랐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어떤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이나 의견이 오갈 때, 리더라면 대략 어느 정도의 투자와 산출물이 나올지 짧은 시간 안에 대략이라도 가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든 특수성이라는 게 존재하다 보니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오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유사한 상황에서의 케이스들을 충분히 경험한 리더가 권한을 가지고 판단해줘야 한다. 이게 부재되면 관련된 유관직원 모두가 고통받게 된다. 회사는 시간 싸움이 돈 싸움이라서 결정을 잘해야 하는데, 이게 또 늦어지면 안 된다. 여유를 가진 충분한 검토라는 건 기약 없는 약속과도 같다. 

어떤 조직이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부서의 에너지를 압축해 무엇을 할지 빠르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은 계속해서 변하니까. 


얼마 전 유튜브에서 권고사직으로 퇴사당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뭐 일을 잘했니 마니를 떠나, 그런 일들이 최근에는 기업들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손실의 대부분은 패착에서 나온다. 회사의 그 누구라도 리더가 패착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감이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조금씩 잠기고 있는 배에 승선한 채 알 수 없는 목적지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팀원이 한가득 있어도, 의사결정 한 끗에 모든 패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했다. 그래서 혹시나 회사가 잘 안 되어도 너무 비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책임은 권한을 가진 만큼 져야 한다. 

별다른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다면 리더의 패착과 나의 평가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충분한 자질을 가진 리더와, 그런 리더의 자질을 알아챌 수 있는 팀원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의미한 경험으로 축적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부적격의 리더도 문제고, 밑에서 일함에도 알아채지 못하고 별다른 이견없이 수용만 하는 팀원은 다 함께 침몰하는 배에서 니탓 내 탓하는 것과 진배없다.


팀원이라면 리더와 어떤 일을 어떻게, 얼마만큼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경험은 다 값지지만, 불필요한 경험이라는 섬으로 가고있는 배에서 지금이라도 내리냐 마냐는 내 안목과 선택에 달려있다. 

 




작가의 이전글 근황, 다시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