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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Sep 24. 2022

문과는 정말로 쓰레기일까

전공자를 위한 변명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이 말처럼 현재의 문과 위치를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취업시장에서도 소외당하고 4차 혁명시대에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취급을 받고 있는 문과의 비애를 자학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이과로 선호도 쏠림이 심화되고 있고 이과를 선호하는 학생들 역시 문과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다.


누구든지 '네가 그동안 한 것이 사실은 쓸모없었던 거야'라고 인생을 부정당한다면 그거에 기쁠 사람은 없다. 대학 때 경제학과를 졸업한 필자도 참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나마 경제학이 수학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문과 전공이라 하지만, 전반적인 문과의 위기 앞에선 이게 무슨 소용인가.


물론 조선시대에는 문과 이과 구분 따위 없었다. 한국의 고등학교 문과, 이과 구분 시스템은 1963년 제2차 교육과정 때 도입되었는데 물론  일제는 단기간에 인력을 키우려는 취지에서 문과, 이과를 구분했던 것이 효시다. 세계적으로 문이과를 구분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 과거 일제의 영향 아래 있던 국가들이다.

 

1995 시행된 6 교육과정부터 이과 구분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반을 나눠 가르쳐 왔다. 필자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자 선생님이 문이과 수요조사를   문과반과 이과반을 배정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때 선생님 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 적성 잘 모르겠으면 이과 가라. (역시 옛말에 스승님 말씀 틀린거 없다고...)


문과라 죄송해요


사실 '문과 이과 이분법적인 구분은 전근대적'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대학에서도 '영화에서 보는 과학' , '명화에서 보는 생리학' 등의 접근이 유행을 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흐름일 것이다. 2000년대부터 불어온 각 과목의 '통합교과' 흐름도 마찬가지다.


문과 홀대 현상은 한국의 산업화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 산업화 이전의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문이 문과 중심이었고, 이과 교육은 대학교육조차 공장 노동자 등 주로 노동 계층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당시 이과의 위상은 매우 낮았다. 당시 잘 나가는 지식인은 모두 문학, 역사, 외국어 등에 유창한 문과 지식인이었으며, 이과는 의사와 일부 과학자를 제외하고는 취급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고 정보화를 거쳐 선진국이 된 현재 문과의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떨어졌다. 문과에서 상경계와 법조계 그리고 일부 어문계열을 제외하고는 직업적인 실용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시장에서 홀대받게 되고,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대표되는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인데, 이과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졌고 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도 늘어났으나 문과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물론 문과적 지식은 필요하다. 자신이 몸담은 기업이나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끌어야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문과에 대해 우습게 말하지 않는다. 미래 소비자들이 어디로 몰려가는지 알아야 그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법이고, 미래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야 조직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문과를 나와 4년 동안 문과 전공을 배워야 해?'라고 묻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각종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스킬은 필요하나 이는 굳이 문과 전공을 4년 동안 배우지 않더라도 취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관리자가 되려면 20년 30년이 걸리는데 언제 그동안 문과적 지식을 킵할래?"라는 말이 나오는 것.  


곧  '문과 지식은 필요하나 문과 전공생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인 것인데...


그렇지만 어문계열 상경계열 법정계열 인문계열 등 각종 문과 전공을 이미 졸업하거나 졸업할 사람 수백만 사람들이 이미 다 쓸모없는 것일까? 돈을 들여 쓸모없는 것을 배웠고 시간을 낭비했고 인생을 버린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건 내가 직접 문과와 이과 그리고 심지어 예체능까지 다 경험해본 뒤 내린 결론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어차피 지식이란 것은 배우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지식이란 건 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못 배우는 것도 아니고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거기에 문과 혹은 심지어 이과를 졸업했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기업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의 덕목은 결국은 똑같다. 어떤 덕목이 필요하고, 어떤 걸 배워야 하나? 이런 How의 문제에 대해선 서서히 잘 풀어나가면서 점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글들을 다 읽을 때쯤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문과의 위기'는 맞지만 '문과의 무용론'에는 동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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