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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Sep 30. 2022

문과의 전문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두가지 필수 아이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체포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 형사가 범죄자를 포박한 수갑을 채우면서 다음 들려주는 이 문구를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이 '미란다 법칙(Miranda Rights)'은 경찰이 용의자를 구속 심문하기 전 용의자에게 고지하는 절차를 말한다.


유명한 미란다 원칙이건만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미란다 원칙은 미국의 판례에서 유래했다. 에르네스토 미란다란 한 히스패닉 청년이 1963년 애리조나 주에서 8달러를 강탈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처음 범행을 부인하다가 자백하는 과정에서 여죄로 18세 소녀를 강간했다고 진술했다. 옳다구나라고 생각한 경찰은 미란다의 자백은 물론 범죄 시인 진술서에 서명도 받아내게 된다.


하지만 이후 법정에서 미란다의 변호인은 ‘경찰이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미란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고, 이에 모든게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 측은 “미란다가 직접 작성한 자술서의 첫 장에 이러한 권리를 고지하는 문장들이 이미 인쇄돼 있었기에 미란다에게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맞섰다.


변호인과 경찰 간의 갈등으로 이 사건은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1966년 연방 대법원은 ‘심문 이전에 용의자의 권리를 직접 알려주지 않아 용의자가 본인의 권리를 충분히 안 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미란다 측의 주장이 최종적으로 옳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계 형사소송법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미란다 원칙의 유래다.

미란다의 머그샷. 출소후 미란다는 술집에서 불량배와 시비가 붙어 살해되는데, 이 용의자 역시 미란다 원칙의 묵비권을 행사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된다;


왜 갑자기 미란다 원칙 얘기를 꺼냈냐면 얼마전 미국 연방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미란다 원칙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절차법이다. 때문에 정확한 흐름과 이치에 맞는 구성이 중요한데, 영화에서만 보던 원칙이 등장하니 오랜만에 딱딱한 법 암기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미국법은 영미법 체계를 따른다. 영미법은 Civil Law 혹은 Common Law라고도 불리며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법과 대립된다. (우리나라는 독일 대륙법을 받아들인 일본의 영향으로 인해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 영미법은 영국에서 발생하여 영국, 미국  영어를 쓰는 나라와 인도, 몰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의 속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에 커서  중대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본 미란다 원칙처럼 법이란 것도 결국에는 다 사람 사는 얘기이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면 재미없고 지루한 공부가 조금은 더 재밌어질 수 있다. 


문과생을 위한 필수 아이템 2가지


나는 '문과의 위기'가 전문지식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본다. 그리고 그 인문계열 지식이란 것이 원래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고 인류의 지혜가 축적돼 있지만 당장 먹고 사는데 써먹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있는 것이 문과 위기의 본질이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과 전공이 있으니 바로 법(Law)파이낸스(Finance)다. 인문계열 졸업자들이 앞으로 4차혁명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2가지 아이템 중 하나는 마스터해야 한다. 영어의 중요성은 앞 챕터에서 계속 강조했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는 않겠다.


앞 챕터에서 STEM을 졸업한 이공계가 '전문지식'이란 멋진 아이템을 장착하고 던전에 들어가는 반면 인문계는 그런 것이 없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갈증을 채워 줄 수 있는 인문계열 전문 아이템이 바로 앞의 2개 지식이다.


세상은 전부 다 법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모르면 직장에 들어가서 휘둘리며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다. 세법을 모르면 연말정산을 왜 하는지도 그리고 어떻게 절세를 해야하는지도 모른다. 민법과 형법은 말할 것도 없다. 상속을 받을 때도,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온라인에서 물품 구입을 할 때도, 모든게 다 법이다. 하다못해 유튜버가 되고 싶어도 법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파이낸스 지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답을 제시해 준다. 우리가 왜 일을 하는가? '자아실현'이란 멋진 대답이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다. 파이낸스 지식이 있으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파이낸스 지식은 경제학, 통계학, 재무학, 회계학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도 모르고 그 회사에 투자를 하는것이 말이 되나? 커피가격 500원 더 올랐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이 1000만원 넘는 돈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특정 회사에 투자를 한다. 그건 도박이다. 그렇게 해서 돈을 딴다 한들 어느 순간에는 손실을 보기 마련이다.


여기에 스타트업이라도 창업한다면 법이나 파이낸스 문제는 바로 피부로 와닿게 된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크게 좌절하는 단계가 바로 인력 채용과 더불어 바로 저 두 개다. 반면 주위에 성공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면 법이나 파이낸스에 정통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법과 파이낸스는 수박 겉핥기식의 공부가 아니다. 정말 능통해야 하고  전문가 소리를 들을  있게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문과생이 살아남을  있다. 다행히 공부할  있는 소스는 많다. 본인 의지만 있으면 유튜브나 각종 서적 그리고 온라인의 각종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급 이상으로 공부할  있는 시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것들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중에 이 지식들이 당신이 갖고 있는 근원적 지식과 더불어 연결성을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갖고 있던 원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로 써먹기는 조금 애매한 지식과 전공이 비로소 이 법과 파이낸스란 실전 지식과 섞이면서 새로운 제 3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건 특성상 이과보다는 문과가 유리한 분야다.

 

물론 하다보면 흥미를 느끼고 직접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국제재무분석사 등이 되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진로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니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사실 끊임 없는 학습은 누구나 해야하는 문제다. 사실 엔지니어도, 의사도, IT개발자도 다들 전문분야를 깊게 하기 위해 평생 공부한다.  


물론 현실에 만족하면서 안분지족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정말 괜찮다고 본다. 인생은 짧다. 본인 즐거운 것이 최고의 가치다). 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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