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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Sep 10. 2021

남자의 울분은 침묵으로 표현된다.

울지 못해 입 다문 남자들

심리 상담 이용 고객은 주로 여자다. 특히, 4050대 여자들이 많고 최근에서 60대 여성 고객 비율이 굉장히 늘고 있다. 상담 이용 고객뿐만 아니라 상담 대학원, 상담소 근무자들을 보면 대개 여성이다. 상담은 언어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평소 남자보다 5배의 말을 사용해야 하는 여성의 이용률도 굉장히 높아지는 것이다. 수다 떨고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성들(혼자 해결하는 여성들도 많아지는 추세)이 주변 사람과 말을 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심리 상담에 와서 많은 도움과 증상 개선을 받고 간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힘들거나 괴로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상담에 찾아오는 소수의 남자 고객들을 대할 때, 어떻게 찾아왔냐고 물으면 '미디어나 매체를 통해 본인도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답변하는 비율이 많아졌다. 아주 긍정적인 신호다. 1끼 식사에 30만 원짜리 음식을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배설해야 할 변으로 생긴다. 아주 좋은 일도 적절히 잊거나 배설하지 않으면 똥처럼 몸에 쌓인다.


하물며, 더럽고 짜증 나고 괴로운 일을 견디고 있다면 이는 변비 환자의 고통과 같다. 그나마 변비 환자는 2~3일이면 배설을 한다. 그런데 마음의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은 10년이고 20년이고 지난 추억을 계속 되뇌며 안 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이를 빨리 처리하는 게 지혜다. 결혼 전 가졌던 열등감은 결혼전에 처리하고 가야한다. 결혼전 문제를 결혼해서도 갖고오지 말아야지.


남자가 울분을 표현하는 것은 두 가지겠다. 폭발해서 사고 치거나 폭발하기 전까지 꾹 참고 있거나. 전자의 경우는 주변 사람들이 떠나거나 경찰서를 들락날락하겠으나 후자의 남자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정말 많다. 남편이 답답하다고 하는 경우나 남자 친구는 나를 무한하게 이해해준다고 착각(?)할 때 남자 속에 울분이 차있음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울분은 적절하게 표출되는 방법을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다움의 표상의 대표적이기도 하다. 침묵하고 삭히는 일. 조용한 남자의 내면에 파도가 치고 불이 끓어오른다. 그래서 과묵한 남자는 없다. 정서적인 동물인 인간이 과묵하다면 뇌의 기능이 고장 나거나 의도적으로 참는 것뿐이다. 이를 도울 방법은 이야기하도록 돕는 일이다. 안전하게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남자를 돕는 일을 하면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것 중 공감적 대화의 영역이 참 가혹하게 느껴진다. 학습하지 않고 받아본 적 없을수록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따 본 적 없는 이가 버스를 몰아야 할 때 느낄 스트레스처럼 말이다.


내 남자의 침묵이 길어진다면, 상담을 의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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