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워크숍이 필요한 이유
최근 조직개편이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 유행시킨 애자일 조직 형태와 비슷하게 스쿼드(Squad) 개념이 도입됐고, 개별 피처와 서비스의 end to end를 책임질 다기능팀 형태로 팀이 구성됐습니다. 기획자인 저는 그중 한 팀의 PO(Product Owner)를 맡게 됐고요.
개인적으로 팀이 초기에 모여 '어떻게 협업할지', '어떻게 의사결정할지' 등 앞으로 팀 운영에 필요한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팀빌딩 워크숍을 계획해서 실행했습니다.
3시간 정도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몇몇 동료분들(같이 워크숍을 한 동료분들 말고)이 팀빌딩 워크숍이 '굳이' 왜 필요한지, 그냥 일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워크숍 설계했던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대부분의 워크숍은 참석자가 아닌 제3자 관점에선 쓸모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몇 시간이나 걸친 긴 워크숍의 결과물이 달랑 컨셉 하나일 때도 있고, 너무나 당연한 선언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겨우 그 산출물을 위해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나' 생각이 들기 때문에 '비효율'로 느껴질 수 있죠.
결과로만 판단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인데, 워크숍은 결과도 결과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의 참여한 구성원들의 에너지 상태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과정 속에서 컨센서스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물이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 당연한 말들(예를 들어 우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인 보맵 신조)일지라도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죠.
Work Group과 Team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나요? 같이 모여 일하면 모두 팀인가요?
슈퍼스타가 모인 팀이 오랫동안 협력했던 팀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유치원생팀이 MBA학생팀을 이긴 사례가 나옵니다. 전문가로만 구성된 팀이 비전문가로만 구성된 팀보다 훨씬 못한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뛰어난 팀을 위한 조건 연구)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리처드 해크먼은 협조적인 업무환경과 공통의 컨센서스, 방향성 등에 대해 얘기합니다. 좋은 회의에 대한 연구에서는 회의 중간중간 얼마나 절차적인 의견(회의 내용 자체 보다,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이 얘기되는가를 중요한 팩터로 봅니다. 다양한 팀웍 연구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중요하게 뽑고 있죠.
구성원 간 비슷한 비중으로 발언과 청취가 되게 하는 것, 자주 시선을 맞추는 것, 한 명(리더)과의 대화로 한정하지 않고 서로 직접 소통하는 것 등 좋은 팀웍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요소들 대부분 심리적 안전감과 관련이 있고, 제가 팀빌딩에서 의도한 건 이런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획득'되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고 자동적으로 쌓이는 게 아닙니다.
전 팀 빌딩 워크숍을 통해 앞으로의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필요한 '마음의 준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워크숍은 크게 3단계로 구성했습니다. 워크숍이 모두 끝났을 때 참여하신 분들의 마음이 '이 팀에서 일하는 게 기대된다' 같은 심리적인 부분을 의도했고, '합의된 그라운드 룰'이란 산출물을 기대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및 현재의 상태 진단을 위한 체크인과 개인을 드러낼 수 있는 강점 진단을 워크숍 초기에 실행했습니다. 두 액티비티 모두 개인을 얘기하는 것이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강점 진단은 개인과 비즈니스를 연결할 수도 있고요.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점과 팀으로 일할 때 우리에게 부족한 건 무엇 일지를 가볍게 얘기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미래 기억은 코칭에서 자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미래 시점의 내가 어떤 얘기를 할지(하고 싶은지) 유도함으로써 피코치(내담자)가 원하는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워크숍에서는 'futurespective'방법을 이용해서 1년 후에 우리가 팀 회고를 한다고 상상하고, KPT(PMI) 회고를 진행했습니다. 진행 후 그룹핑 및 점투표를 통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뽑아냈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얘기했습니다.
2번에서 찾은 '미래에 우리가 그런 회고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서 우선순위를 통해 그라운드 룰로 옮겼습니다.
체크인 시 참여한 분들의 기분(컨디션) 점수를 미리 파악했었는데, 전반적으로 기분 점수가 높아졌습니다. 3시간의 긴 회의여서 조금 힘들다는 피드백이 있긴 했지만, 회의 내용에 대해선 만족해하셨습니다.
또 긴 시간이 드는 워크숍을 해야 한다면, 다과 등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워크숍 결과는 '팀의 그라운드룰 만들기'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