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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석 Dec 03. 2018

담배보다 끊기 힘든 Zippo

-브랜드 스토리 전략-

마케팅 전장이 변했다
 
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고 우리 고객들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와 고객이 변하게 된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는 모두들 웬만한 노트북 성능과 유사한 고성능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이름하여 스마트폰의 혁명이다.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정보 비대칭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조지 애컬러프(George Akerlof)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거래상대 중 어느 한 쪽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생긴다. 기존에는 구매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기업이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 즉, TV나 신문, 잡지 등에서 제공하는 제한되고 의도된 정보에 의존하여 구매여부를 결정해왔다. 기업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만 그럴 방법이 별로 없었고 중소기업은 자원의 제한으로 더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구매후기를 읽으며 확인하고, 지인들과 사용경험을 실시간 공유하고, 전세계의 유사 카테고리의 제품들과 비교해본 후, 국내외를 망라하여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 사이트에서 늦은 밤이나 새벽, 지하철, 화장실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몇번의 터치만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고 언제 어디서나 검색어 입력을 통해 니즈를 표출하며 전세계 온라인 상점을 통해 구매를 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 볼 때 소비자와 고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타겟이 되었고, 심지어 소비자 자신도 어느 시점에 구매버튼을 누를지 잘 모를 정도가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거대기업들은 의도된 큰길을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 집단을 상대로 소품종 다량의 커뮤니케이션 자원을 투하하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 당황하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기회가 동등해졌다. 소비자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정보교환도 손쉬어 지면서(심지어 관심있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검색 신공을 발휘하여 정보를 찾아 낸다) 브랜드의 팩트와 진성성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제 답을 찾아 보자.
 
지포라이터의 상징 바가걸(Varga girl)
 
1937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에 지포(Zippo)라이터 광고가 실렸다. 당시에 남성잡지 등에 섹시한 여성의 핀업걸(pin-up girl) 일러스트로 유명한 알베르토 바르가스 (Alberto Vargas)의 화풍으로 그린 이 광고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광고에 등장한 여성은 ‘바가걸(Varga girl)’ 또는 ‘윈디걸(Windy girl)’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이 여성 일러스트는 이후 많은 지포 라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면서 지금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포(Zippo)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브래드퍼드 시에 소재한 지포 제조회사(Zippo Manufacturing Company)에서 만드는 재사용 가능 라이터다. 1932년 창사 이래 83년 이상의 세월 동안 수천 개의 기종이 제조되었다. 특히 1942년 2차 세계대전시 미군에 납품되면서 전세계에 널리 퍼졌으며 실사용 구매보다는 수집용 판매가 더 많기로 유명하다.
 

<1937년 ‘에스콰이어’지에 실린 지포라이터 광고. 바람을 정면에서 맞으면서도 지포라이터로 담배불을 붙이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광고의 여성은 ‘바가걸(Varga girl)’ 또는 윈디걸(Windy girl)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필자는 대학생때 담배를 피우면서 처음으로 지포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 부터 지포라이터를 한두개씩 사모으다가 몇년전에 금연 결심을 하면서 아끼고 아끼던 지포라이터들을 독한 마음 먹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가장 아끼던 1937년 바가걸 모델이 조각된 아이템은 차마 내치지 못하고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필자가 담배를 20여년 피우면서 금연과 흡연을 10여차례 반복했으나 결국 다시 흡연으로 돌아선 데에는 지포라이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지포라이터 뚜껑을 열고 본체를 꺼내서 밑부분의 솜에 지포전용 기름을 조심스레 부은 다음 라이터불을 켜보면서 금연의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이 지포라이터는 지금도 여전히 한방에 불이 붙으며 강하게 입김을 불어도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에 강하다.
 
나에게 있어 담배보다 더 끊기 힘들었던 지포라이터! 그 힘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섹시한 바가걸이 강한 바람속에서도 담배불을 붙인다는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한 언젠가는 소유하고 싶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담배불을 붙일 수 있다는 지포의 바람막이 성능, 2차 세계대전 중에 적진을 불태울때 휘발유를 뿌린후 불 붙은 지포라이터를 던져서 발화를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평생동안 보장되는 무상 보증수리,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바지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내 담배불을 붙이시던 아련한 모습, 집사람과 첫데이트에서 수없이 갈고 닦았던 지포라이터를 켜고 끄는 묘기를 부렸을때 눈이 휘둥그레지며 좋아하던 모습 등이 생각난다. 그렇다! 나는 지포라이터의 수많은 경험에 사로잡혀 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가 평생 소장할 1937년 바가걸 조각이 부착된 지포 라이터.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 1.0 시대는 품질의 시대였다. 제품이 중심이 되었던 시대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마케팅 2.0시대에서는 브랜드의 시대로 고객이 중심이 되는 시대였다. 소비자의 이성과 감성을 충족하며 고객을 만족시키고 제품 차별화에 힘썼다. 지금의 마케팅 3.0시대는 소비자 경험의 시대로 고객과의 관계형성이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품질과 브랜드 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며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체험을 쌓게 하여 가치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지포라이터가 필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소비는 순간이지만 경험은 평생동안 이어진다.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은 기억을 남기고 추억을 남기며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경험적 소비를 위해서는 사람과 장소와 스토리 등 3요소가 필요하다. 모든 소비자들에게 직접 경험을 제공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만 기업의 자원 고려시 불가능에 가까움으로 브랜드 스토리(Brand Story)전략을 통해 간접경험을 시킴으로써 브랜드와의 유대를 쌓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 소비화 시킬 수 있을까? 
첫째, 잠재고객에게 어떤 차별적 경험을 줄것인지를 설계해야 한다. 즉, 어떤 스타일의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Style)을 제공할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10가지의 브랜드 스타일을 소개한다. 
1.     남이섬의 ‘겨울연가’ 촬영지 방문처럼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맛본다(영화속 배우 스타일) 
2.     ‘응답하라 1988’ 처럼 너를 통해서 나의 멋진 그 시절을 추억한다(추억의 안내자) 
3.     ‘물에 녹는 발포비타민’ 처럼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내 앞에 펼처진다(신기한 마술사)
4.     ‘이케아의 조립가구’ 처럼 내가 직접 만들었을때 더욱 가치있다 (함께하는 카펜터스)
5.     대한항공의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처럼 언제나 꿈꿔왔던 낭만적 여행이 시작된다(로맨틱 투어리스트)
6.     ‘다이슨 무선청소기’ 처럼 오늘 비로서 진정한 장인을 만나다(진지한 장인)
7.     ‘감각적이고 개성있으며 도도한 차도녀’ 처럼 나는 나에게 책임이 있다(도시의 센스장이)
8.     ‘코카콜라 용기에서 내이름 찾기’ 처럼 매일 매일 재미있는 일을 고대한다(유쾌한 이벤터)
9.     ‘SM5의 7년 무상보증 서비스’ 처럼 극진한 서비스도 좋지만 진심으로 변하지 않는 그것(한결같은 도어맨)
10.  ‘재사용 및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가게’ 처럼 이제는 좋은 것을 넘어서 착한 것을 찾는다(작은 테레사)
둘째, 브랜드 느낌(Brand Feel)을 결정해야 한다. 즉, 동적, 정적, 강함, 부드러움 등의 4개 차원을 고려하여 와일드한/당당한, 중후한/클래식한, 격식없는/재미있는, 친근한/단정한 등 우리 브랜드를 만나면 어떤 느낌을 느끼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즉,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토리를 설정하고 이에 관련된 제품을 디자인하고 커뮤니케이션 방법, 브랜드 스토리 등을 결정해야 한다.
 
브랜드 스토리를 활용하여 마케팅하기
 
브랜드 스토리를 활용한 컨텐츠 마케팅은 일반소비를 경험소비로 전환 시킴으로써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고 브랜드 팬을 얻게 한다.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구매하던 것을 무엇인가를 떠오르게 하며, 브랜드를 접할때 나와 감정적으로 통하는 브랜드로 인식하여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남는 브랜드로 남게 해야 한다. 
유명 영화배우 케빈베이컨의 이름을 딴 ‘케빈 베이컨의 6단계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6단계만 거치면 모든 사람은 연결이 된다는 법칙으로 브랜드와 잠재고객을 ‘아는 사람(Connection-Line)’으로 만들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는 사람이 되면 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효율이 증가하며, 바이럴 효과 등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브랜드를 ‘아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타겟고객을 찾아내고 프로파일링해야 한다. 가장 먼저 우리 제품을 구매할 고객은 누구인지, 그는 어떤 성향인지,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어떤 메시지에 귀을 기울이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후에 다음과 같이 5가지 핵심포인트를 감안하여 브랜드 스토리를 작성한다.
1.나이, 혈연, 지연, 학연을 자극하기. 2.직업을 자극하기.  3.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등 타겟의 70% 이상이 공감하는 추억을 자극하기. 4.첫사랑, 이별, 월드컵 등 경험을 자극하기. 5.섹시, 순수, 지적임 등 매력을 자극하기.
이를 통해 기억을 감성적으로 자극해서 우리 브랜드와 잠재고객의 연결고리를 찾게 하며,
인지 --> 관심 --> 구매로 이어지는 일련의 소비자행동과 연동시킬 수 있다.
전략의 필요에 따라 인지도를 높여주는 브랜드 스토리, 선호도를 높여주는 브랜드 스토리, 구매 의향을 높여주는 브랜드 스토리를 브랜드 상황에 맞게 개발하여 활용해야 한다.
단, 브랜드 스토리 전략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브랜드의 진정성, 일관성, 사회적 가치창출, 소비자 접점의 통합적 관리, 친근함 등의 브랜드전략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팩트와 진성성이 없는 그럴듯한 스토리 만으로는 투명한 디지털 원시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김기석 (경영학 박사)은 CJ제일제당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면서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 개발 및 운영을 총괄했다. CASS맥주, 햇반, 쁘띠첼, 뚜레쥬르, 투섬플레이스, CGV, 올리브영 등 50여개 신규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이며, 저서로 ‘신상품 마케팅전략(2판)’이 있다. kskim17@gmail.com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88996630678





<본글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경영잡지 '기업나라'에 1년간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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