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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는이야기 Jul 22. 2016

쉑쉑버거 먹으러 갔다
나는 도망쳤다...

"4~5시간 기다려야"... 오픈날 찾아갔다 땀만 흘리고 돌아온  이야기

쉐이크쉑 버거 초입 부분. 이 줄은 시작에 불과했다.

"3시간은 더 기다리셔야 해요"


이 말에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말이 3시간이지, 그 이상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난생처음 '오픈 날 줄서서 먹기'를 한다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끝나지 않는 줄 앞에 그 패기는 줄어들었고 더위는 남은 패기를 말려버렸다. 그렇게 난 줄을 빠져나왔다. 살고 싶었다.


쉑쉑버거가 한국에 오픈했다. 쉑쉑버거(Shake Shack)의 정식 명칭은 '쉐이크 쉑'으로, 말 그대로 쉐이크를 함께 파는 미국의 햄버거 집이다. 파이브 가이즈, 인앤아웃 버거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그 쉑쉑버거가 SPC그룹과 계약하여 7월 22일 강남에 오픈한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미국 가서 안 먹고 오면 바보'라는 이름과 함께 이름을 떨치던 햄버거 집이 온다니, 구미가 동했던 것이다. 미국은 가지 못해도 강남은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쉑쉑버거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33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잡기처럼 줄을 서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래, 유명세가 있는데 이 정도 줄은 서 있겠지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 줄은 3시간 넘게 기다린, 선택받은 이들이 서 있는 곳이었다는 것을.


줄의 길이는 상상 이상으로 길었다

줄은 매장 옆쪽을 지나 뒤쪽 길까지 이어져 있었다. 중간에 있는 가게들의 입구만 비워두고 줄은 직선거리로만 160m 가까이 됐다. 개점 당시보다 시간이 지나 줄이 줄어든 것일 텐데도 그랬다. 그래도 이쯤이겠지 싶어서 가까이 가면 그 뒤에 또 줄이 있고, 여기는 줄이겠지 하면 또 그 뒤에 줄이 있었다. 줄 끝을 찾아가는 데까지만 해도 3분이 걸렸다. 줄이 길고 뜨문뜨문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새치기를 하게될 수 있는 환경 탓에, 직원들이 곳곳에서 서서 줄 끝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었다.


일단 줄을 섰다. 문제는 너무 덥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는 길에 보았던 수많은 우산들에는 이유가 있었다. 강남역에서 어떤 가게가 오픈 기념으로 부채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그것을 받지 않은 나를 후회했다. 그 부채를 받았다면 나는 그나마 살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자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우산을 폈다.


줄은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기 상황, 줄은 쉽게 줄지 않았다. 5분에 한 번 꼴로 줄이 조금씩 줄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줄인지 묻기도 하다가, "이게 쉑쉑버거 줄이야"라며 놀라기도 했다.


그나마 고마운 건, 쉑쉑버거 직원들이 끊임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앞 에 있는 사람들은 메뉴판을 받기도 했고, 물을 받기도 했다. 한 번은 직원들이 와서 앞뒤로 줄을 선 사람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했다. 이긴 사람에게는 룰렛을 돌려서 쉑쉑버거 관련 상품을 준다는 것. 평온한 표정을 품었지만 속으로는 이거라도 받아야겠다는 독기를 품고 가위바위보를 했으나 안타깝게 2등. 상품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티셔츠나 모자, 배지 등이 있는 듯했다.


상품이 담긴 통. 룰렛을 돌려 나온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줄을 선 지가 50분을 넘겼을 즈음, 발과 다리쪽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난 언제까지 줄을 서야 하는 걸까. '여기 서면 저녁에 먹겠는데?'라던, 지나가는 사람의 한 마디가 문득 귀에 꽂혔다. 그 말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나, 이것을 먹자고 온 호기가 아까워 망설이고 있을 때, 앞에서 물어보고 온 사람이 일행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냥 가자. 앞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4~5시간 기다렸대."


그렇다면 정말로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게 될 꼴이었다. 마침 지나가는 직원에게 말을 붙였다. 직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3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뜨자. 최소 3시간이라면 기다리다가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쓰러지거나 배고파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미국의 맛을 보지 못한다는 건 아까웠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싶으나 먹을 수 없는 당신, 쉐이크 쉑 버거

줄에서 나와 매장 앞으로 갔다. 난 내부의 모습도 모르고, '쉑 버거'의 맛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치즈를 얹은 감자튀김이나 이름과 관련 있는, 유명한 쉐이크도 먹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와야지"라는 마음만 품은 채 아쉬움을 달래며 이곳을 떠났다. 나는 3시간을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계속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무언가를 위해 긴 시간 기다리는 열정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쉑쉑버거의 가격은 쉑 버거 6900원, 스모크 쉑 8900원, 감자튀김 3900원, 치즈 프라이 4900원, 셰이크 5900원 등이다. 일반적으로 먹는 햄버거 가격에 비하면 비싼 감이 있지만 미국 가격과 크게 다르진 않다.



* 이 글은 최효훈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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