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만나는 의학] <질투의 화신> 속 남자 유방암
요즘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드라마는 유방암에 걸린 마초기자와 그 기자를 짝사랑했던 기상캐스터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다룬다. 그런데 유방암에 걸린 마초 기자는 암에 걸린 것도 모자라, 자신을 짝사랑해온 기상캐스터를 재벌친구에게 빼앗길 위기에까지 처했다. 어쩌면 좋을까. 다사다난한 하루를 사는 마초 기자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순간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남자도 정말 유방암에 걸릴까?' 그래서 암센터 전문의에게 물어봤다. "남자도 정말 유방암에 걸리나요?" - 기자말
다음은 임채홍 암센터 전문의와의 일문일답이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남자도 정말 유방암에 걸리나요?
"네, 드물지만 남자도 유방암에 걸립니다. 남자의 유방암 비율은 전체 유방암의 0.5~1% 정도입니다. 탄자니아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6% 정도로 보고되기도 합니다."
- 남자가 유방암에 걸리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학술적으로 보고된 바로는 여성의 유방암 원인과 비슷합니다. 가족력과 유전이 일단 해당 되고요. 클라인펠터 신드롬 같은 유전질환이나, 여성호르몬의 사용, 비만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 – 남성 유전병의 하나로 작은 고환, 여성형 유방 등이 증상이다. 남성은 46개의 염색체(44개의 상염색체 + 2개의 성염색체 XY)를 갖고 태어나는데 X염색체의 분리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X염색체를 2개 이상 보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드물지만 유방부가 방사선에 노출돼 나타나기도 합니다. 발견되는 사례가 대단히 드물고, 실제 환자를 만나도 이런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확률이 적다 보니, 남자는 보통 건강검진을 할 때 유방암 검사를 따로 하지 않잖아요. 어떻게 유방암을 자각할 수 있나요?
"남자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유방부에 만져지는 종괴입니다. 대개 유두나 유륜 주위에 딱딱한 종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양성종양이나 암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남성의 경우 유방에 무언가가 만져진다면 병원에 내원해 진단받는 것이 좋습니다."
- 진료하면서, 유방암에 걸린 남자환자를 보신 적이 있나요?
"남자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 정도니까, 통계적으로 유방암 환자를 100명 진료하면 그 중에 한 명은 남자겠죠. 체감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진료하면서 유방암에 걸린 남성 환자는 5명 이내였습니다.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고령이었고요."
- 남자 환자가 본인이 유방암인 걸 알았을 때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유방암 진단을 가장 먼저 통보하는 부서에 있지 않아서, 직접적인 감정의 표현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만, 암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남성이 더 심하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환자, 결혼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유방전절제술을 한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남자 유방암, 예후가 여성보다 좋지 않다"
- 치료방법은 여성 유방암 치료와 같은지,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치료방법은 여성 유방암 치료와 거의 동일합니다. 남자 유방암 사례가 워낙 적다 보니, 여성 유방암에 대한 치료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진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남성의 경우는 여성보다 유방조직이 적기 때문에 유방보존술보다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한 대규모 데이터분석에 따르면, 1541명의 남자 유방암 사례 중 20% 정도만 유방보존술을 시행했다고 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예후는 여성보다 좋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남성 유방암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여성보다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적다보니 병원에 늦게 오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 남성의 유방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남성 유방암은 그 발병사례가 워낙 드물기 때문에, 여성에게 하는 것처럼 주기적인 검진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방에 만져지는 혹이 있다거나 딱딱해진다거나 하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 내원해 검진을 받으시면 됩니다."
- <질투의 화신>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유방암, 실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보면 조정석씨와 공효진씨가 같은 병실에 있는데, 실제로 병원에서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남성 유방암 환자가 여성 병동에 입원한다거나, 프라이버시를 침범당한다거나 하는 일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희극적 요소라고 생각이 되고요. 아, 드라마에서 조정석씨가 교정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모습이 있는데, 실제 치료를 목적으로 교정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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