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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2. 2018

솔직하고 독특하고 귀여운 사노 요코 할머니

<문제가 있습니다>, 사노 요코 지음, 샘터 펴냄

1938년생 사노 요코 할머니가 쓴 에세이 <문제가 있습니다>를 읽고 마음이 술렁거린다.

사노 요코가 네 살 때 눈 ‘크고 굵은 똥’을 보고 아버지가 ‘큰인물’이 될 거라 했단다. 그때부터였는지 자신의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날에는 줄무늬 고양이 꼬리같은 것을, 어떤 날에는 투명한 색 비눗방울 같은 것을, 어떤 날에는 알과 같은 것을 생산하고는 나무젓가락으로 헤집어 보며 관찰력의 끝판왕이 돼 보기도 한다. 글을 읽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감이 다 동원되어 버려 완전 신났다. 사노 요코는 너무 솔직해.
 
사노 요코가 젊을 때 독일 홈스테이 주인 할머니는 자신의 가슴과 사노 요코의 가슴을 가리키며 ‘검은 마음’이라고 했단다. 검은 마음을 가진 자는 그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이를 알아본다나. 사노 요코도 이미 직감으로 알아버린 터였다. 사람들은 할머니에 대해 험담하지만 정작 할머니는 다른 사람을 나쁘게 말하진 않는다. 검은 마음이 나쁜 마음은 아니었다. 사노 요코는 너무 독특해.     

사노 요코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심리학자와 카바레에 간 적이 있었단다. 함께 간 선생이 보통 어른과 다르다고 느낀 것은 ‘아이처럼 깜짝 놀라 입을 반쯤 벌리고 가느다란 눈을 희번덕거렸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되면 그냥 놀라기가 어려운데 그녀는 어설프게 아는 척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않고 그저 놀라고만 있었다. 아이같은 순진함을 예리하게 알아차리고 혼자 헤벌레 웃었을 것 같은 사노 요코의 모습이 상상된다. 사노 요코는 너무 귀여워.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을 붙잡아 쓴 에세이 <문제가 있습니다>를 읽으니 사노 요코 할머니처럼 늙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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