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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날의꿈 Feb 09. 2018

맹랑 언니 이야기와 옛글이 만날 때 ‘멋져 부러’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임자헌 씀, 행성:b잎새 펴냄(2


지인한테 손바닥만한 <<논어>>책을 선물받고 지하철서 조금씩 읽은 적이 있다. 한문고전에 발만 살짝 담가봤는데도 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게 됐다. 한문을 혼자 읽고 음미하기에 어려움이 있던 차에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늦은(?) 나이에 한문 공부를 시작하고 톡톡 튀는 글을 쓰는 맹랑 언니를 만났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예기, 소학, 사기, 장자에 나오는 글을 알려주되,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녹여 내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에세이 한 편에 고전 글귀의 만남은 깊이가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에 의미를 더해 주는 것은 옛글이었고, 옛글에 풍성한 해석을 더한 것은 저자의 이야기였다. 누군가와 썸 탄 이야기, 식탐에 대한 에피소드, 공부와 진로 앞에서 고민,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 등 맹랑 언니는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글로 쏟아놓는다. 이것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에세이가 될 터인데 여기에 공자, 맹자를 비롯한 옛사람들의 글이 더 해지니 현대의 글도 옛날의 글도 서로를 빛내주며 ‘멋져 부러’가 된다.


<<중용>>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지극한 성실함은 쉼이 없으니, 쉬지 않으면 마음속에 그 덕이 오랫동안 항상 보존되고, 오랫동안 보존되면 안에 품은 것이 밖으로 징험할 수 있게 나타나고, 그 징험이 나타나면 더욱 여유 있으면서 오래할 수 있게 되고, 여유 있으면서 오래할 수 있게 되면 그 결과로 쌓이는 것이 넓고 두터워지고, 넓고 두터워지면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비할 바 없이 뛰어나고 훌륭하게 된다.

至誠無息 不息則久 久則徵 徵則悠遠 悠遠則博厚 博厚則高明
지성무식 불식즉구 구즉징 징즉유원 유원즉박후 박후즉고명


맹랑 언니는 이 글을 이렇게 풀이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이란 시종일관 빡빡하게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떠나지만 않으면 된다. 흐르는 시간에 내 걸음을 두기만 하면 된다...떠나지만 않으면, 버리지만 안흥면, 그것으로 무얼 하겠단 욕망에만 걸려들지 않으면 공부는 참 즐거운 일이다.”<흐르는 시간에 내 걸음을 두고>에서, 전자책 115쪽.


맹랑 언니랑 고전을 탐닉하면서 즐거웠다. 언니가 워낙 명랑하게 안내해줘서 그런 거 같다. 한자 좀 모르면 어떠랴. 문장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읽다 보면 옛글이 주는 감동을 느끼고 어느새 그 안으로 발을 좀 더 담가보고 싶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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