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살.
"엄마, 지금 밤이에요?" "응"
"빨리 아침이 되면 좋겠다."
혼잣말을 남기고 잠이 드는 우리 아이.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어둠을 채 모두 밀어내지도 못한 6시가 되면 아이는 벌써 잠에서 깨어납니다.
"엄마, 다 잤어요? 놀아도 돼요?"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소리.
그렇게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밥 먹고 씻고 옷 입고 7시 반!
남들은 채 꿈나라에서 돌아오지도 못한 시각, 혼자만의 즐거운 놀이 시간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그림을 그리네요.
옆으로 살며시 다가가 물었습니다.
"지금 뭐 그려?"
"토끼요"
"그렇구나, 색칠 힘들지 않아? 엄마가 조금만 도와줄까?"
열심히 낑낑대며 큰 스케치북이 꽉 차도록 색칠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 말과 동시에 아이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토끼의 두 눈부터 까맣게 칠해줬더니 , 갑자기 엄마의 크레파스를 뺏으며,
"엄마, 토끼 눈은 원래 빨개. 책에서 예전에 봤어."
하며 얼른 빨간색 크레파스로 토끼의 눈을 다시 칠하더군요.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5살 아이.
흰 토끼는 돌연변이로 멜라닌 색소가 없어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엄마도 알고 있지만, 동물 눈은 대체로 검은색이라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차마 생각해 내지 못했던 일.
'벌써 많이 컸구나.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더니.'
기특하기도 하고 나 자신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 튀어나와 부끄럽기도 하고......
무엇인지 모를 복잡한 마음이 허공을 가득 채우며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