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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WOO Sep 03. 2020

3. 영화제 꼭 해야 돼?

비대면 영화제 개최 속에서 떠오른 근본적인 의문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사람들과의 접촉이 사회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지금. 영화제도 그 타격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수많은 영화제들이 개최 무기한 연기와 취소를 결정하였으나, 일부 영화제는 개최를 포기하지 않았고,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현행대로 오프라인 개최를 진행하는 것

둘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형식, 내지는 전반적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


국내 영화제의 경우 후자의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에 폐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이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포스터 배너

국내의 코로나 확산이 심해짐에 따라, 각종 시(정부 기관)에서 후원을 받는 영화제들의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 BIFAN은 기존의 오프라인 영화제를 축소하되, 온라인으로 영화제의 범위를 넓히는 시도를 강했다. 한국 토종 OTT 서비스인 왓챠와 중국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시네마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관객들이 손쉽게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4군데 이상의 장소를 통해 선보였던 오프라인 극장을 1곳으로 단일화하여 방역을 집중하였다. (상영회차가 줄기도 하였지만, 전체적인 편수가 줄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한편, 소위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지난 9월 2일 정상적인 오프라인 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하였다. 몰려드는 인파를 막기 위해 가벽을 설치하는 등 비록 화려했던 개막식은 아니었으나,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하며 예년의 오프라인 영화제 모습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올해만의 매우 흥미로운 풍경이 되겠지만 말이다. (부디 올해만이길...!!)

포토월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포즈를 취한 2020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

하지만 혹자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 사람 간의 접촉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제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비난을 제기한다. 실제로 필자 주변에서도 넷플릭스 등으로 집에서 손쉽게 영화를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러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영화제들은 개최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 도대체 영화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선 영화제의 역사를 조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본디 영화제는 미술전시가 열린 '비엔날레'의 일부로써 시작되었다. 2년마다 개최되는 소위 미술계의 올림피아로 불리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예술의 범위를 넓히고자 부속행사로 1932년 영화 전시행사를 열게 되었고, 그것이 확장된 것이 오늘날의 베니스국제영화제인 것이다. 즉 영화제는 영화라는 예술 장르를 소개하기 위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마켓, 포럼 등 영화제들이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영화제의 목적은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함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는 수백 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이 모든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한국에서만 해도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배급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잊혀간다. 그런 영화들을 조금이라도 소개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제'이다. 물론 넷플릭스, 왓챠 등이 큐레이팅 AI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사용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용자의 이용에 기반할 뿐이다. 만약 한 사용자가 상업영화만을 주로 이용한다면, 그 사용자의 화면에는 이미 배급되고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만이 가득할 것이다. 선택의 다양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제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면 안 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현장성에서 오는 영화의 매력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블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가장 각광을 받는 곳이 어딜까? 바로 '용아맥(용산CGV 아이맥스)',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극장들이다. 안방에서 VOD를 통해 손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만 굳이 관객들이 이 극장들을 찾는 이유, 바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 영상미 등의 현장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배급기회가 얻지 못하는 영화들은 선보일 수 없기에, 영화제가 오프라인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들이 2차 시장(OTT 서비스 등)으로 직행하는 상황 속에서 극장에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영화제가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강력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지역에서 무리하게 오프라인 영화제를 강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수많은 영화제들이 앞으로의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한다면(바이러스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말이다), 이것은 단순한 행사 포기가 아닌 영화계 전면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와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가던, 떠들썩하지만 따뜻한 영화제의 현장이 여전히 그립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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