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화제들이 온다
코로나는 강력했다. 엄청난 전파력으로 인해 시행된 일명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을 문화적으로도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 내로라 하는 가수들의 공연들이 취소되고, 몇 년 동안 이어온 영화 <007> 시리즈의 개봉이 연기되는 등 문화예술계는 일순간 정지되었다. 영화제도 이런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국내의 울주산악영화제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전세계적인 영화제들의 연기 혹은 잠정취소가 잇달아 들려왔다. 영화관이라는 밀폐된 공간안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영화제의 특성상, 관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여질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영화에겐 영화제가 유일한 상영의 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에는 맹점이 있다.
첫째, 관객들이 영화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가령 A 라는 영화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OTT 서비스 이용자들이 A 라는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선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할까. 크게 2가지로 나뉜다.
1) 관객이 직접 해당 영화를 검색한다.
: 즉, 사용자가 해당 영화를 모를 경우 감상은 커녕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
2) 추천 목록에 뜬다.
: 하지만 이 역시 사용자의 사용이력을 기반을 통해 이루어짐으로, 빅데이터에 의해 해당 영화가 필터링 될 수 있다.
위의 프로세스는 물론, 결정적으로 OTT 서비스에 존재하지 않으면 해당 영화는 관객에게 소개될 수 없다는 것이 큰 맹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OTT 사업자 역시 일종의 수입 배급사로써,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선택 및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넷플릭스 등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특수하다.)
그럼 이 수많은 영화들은 어디서 관객들을 만나야한단 말인가. 몇 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작품을 바이러스 하나로 인해 수장시켜야한단 말인가.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으니, 바로 '온라인 영화제'이다.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영화제의 형식에서 탈피하여,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영화소비의 장을 옮긴 신개념 영화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영화제의 얼리어답터 세계로 들어가보자.
현존하는 영화제 중 가장 공신력있는 온라인 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 TMFF는 올해로 벌써 6번째 영화제를 개최최했다. TMFF는 여느 일반적인 오프라인 영화제처럼 선정된 장단편 영화를 모두 상영함은 물론, 공신력있는 심사위원들을 초청하여 시상하는 등 기존의 영화제를 정말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들게한다. 하지만 역시 온라인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존재하기에, 차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영화제가 일년 내내 개최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공간 대여 등과 같이 물리적 재산이 소요되는 반면,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호스트만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영화제 개최가 가능하다. TMFF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 영화제 기획을 1년 내내 진행하고 있다. 매달 '그 달의 최고의 영화'를 카테고리별로 꼽으면서, 매달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물론, 메인은 존재한다. 일년에 1번, 5월 경에 ANNUAL FILM AWARDS를 개최하여, 그 해의 최고의 작품, 배우, 제작진 등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24,000 가량의 시상금도 준다고 하니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영화인에게는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트레일러만 공개가 가능하다. 온라인의 특성상, 불법 복제 및 스트리밍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영화제의 공개되는 영화들의 경우 최초공개의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저작권에 대해 더 민감할 수 있다. 때문에 TMFF에서는 트레일러만을 출품 및 상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트레일러만을 통해 관객 및 관계자들이 충분히 잠재성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TMFF 사이트에서는 일부 영화들은 트레일러만 공개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TMFF 사이트 : https://tmff.net/
MUBI는 터키 출신의 기업가가 세워, 주로 유럽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주로 이용되는 OTT 서비스이다.
다른 OTT 서비스들이 그저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데에 그쳤다면, MUBI는 정기적으로 독자적 큐레이팅을 통한 기획전을 여는 편이다. 특정 국가영화 특별전에서부터, 거장의 영화기획전까지 MUBI는 장르와 국가 그리고 시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작은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한국의 홍상수감독 특별전을 개최하여
<강변호텔> 등 6개 정도의 작품들이 영국 관객들을 찾을 수 있었다. OTT 서비스 답게 노트북은 물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및 스마트 TV까지 광넓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기획전에서 소개된 영화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만 서비스되도록 계약되는 경우가 있으니, 영화제 동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영화제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
MUBI 사이트 : https://mubi.com/
위처럼 우리가 기존의 알고있던 영화제말고도,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화제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다양성영화들이 더 넓고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가 생긴 것이니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소수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시도를 거듭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영화제들이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생겨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포기할 순 없지만, 때로는 방구석에서 편하게 이러한 영화제를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OTT 서비스 :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교육 등의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