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si Feb 22. 2022

바라며

감사가 되길

 '돌아보면 전부 감사한 마음들뿐이야 성준아.' 엄마는 전화기를 붙잡고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엄마는 계속해서 나의 20대를 솎아내며, 여러 일화를 꺼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일들이라 정확한 감정조차 생각나지 않는 사건들. 당시에  놓았던 짧은 기록들 만이 드문드문 나를 상기시킨다. 절망감에  선택했던 단어들은 이제 껍데기뿐이라, 나는 그것들을 만지작거릴 뿐이다. 나는  어리석다.

 엄마는 부산에서 올라온다고 했고, 이어진 통화에서 나의 20대를 위로해줬다. 고생했다는 말들과 이제 시작이라는 말들. 정말로 엄마는 전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절절하게 나의 인생에 울며 엄마는 단어들을 골랐다. '내가 뭘 고생했어 엄마….' 그냥 나는 인간이고 싶었던 것뿐이야. 하나님이 느껴보라고 뿌려 놓은 삶의 감정들을 전부 느껴보려는 인간. 그래서 나는 그 무렵, 잠에 들지 못하고 단어들을 찾아 헤맸던 거 같아. 마치 퀘스트를 깨듯이 가장 어두운 단어 몇 개를 찾는 일이 나의 목표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긴 했어. 만지작거리는 단어들에게서 아직도 저릿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맞아. 그 밤들은 너무 외로웠어. 그래서 엄마가 말한 단어에 대답하지 못했던 거야.

 친구는 '함께 빛나자'라고 이야기해줬고 '영예'라는 단어를 써가며 나의 졸업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이제는 집사님이 된 형과 누나는 '형통'과 '평안'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해줬고, 10만 원을 쥐어줬다. 고작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과분하게 나는 축하를 받는 걸까. 그저, 진심으로 졸업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어리석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나길. 졸업식 때 울어버릴 거 같다는 엄마의 눈물 따라 나의 고백도, 내가 선택할 단어들도 '돌아보면 전부 감사한 마음'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 먼 손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