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되길
'돌아보면 전부 감사한 마음들뿐이야 성준아.' 엄마는 전화기를 붙잡고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엄마는 계속해서 나의 20대를 솎아내며, 여러 일화를 꺼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일들이라 정확한 감정조차 생각나지 않는 사건들. 당시에 써 놓았던 짧은 기록들 만이 드문드문 나를 상기시킨다. 절망감에 차 선택했던 단어들은 이제 껍데기뿐이라, 나는 그것들을 만지작거릴 뿐이다. 나는 참 어리석다.
엄마는 부산에서 올라온다고 했고, 이어진 통화에서 나의 20대를 위로해줬다. 고생했다는 말들과 이제 시작이라는 말들. 정말로 엄마는 전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절절하게 나의 인생에 울며 엄마는 단어들을 골랐다. '내가 뭘 고생했어 엄마….' 그냥 나는 인간이고 싶었던 것뿐이야. 하나님이 느껴보라고 뿌려 놓은 삶의 감정들을 전부 느껴보려는 인간. 그래서 나는 그 무렵, 잠에 들지 못하고 단어들을 찾아 헤맸던 거 같아. 마치 퀘스트를 깨듯이 가장 어두운 단어 몇 개를 찾는 일이 나의 목표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긴 했어. 만지작거리는 단어들에게서 아직도 저릿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맞아. 그 밤들은 너무 외로웠어. 그래서 엄마가 말한 단어에 대답하지 못했던 거야.
친구는 '함께 빛나자'라고 이야기해줬고 '영예'라는 단어를 써가며 나의 졸업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이제는 집사님이 된 형과 누나는 '형통'과 '평안'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해줬고, 10만 원을 쥐어줬다. 고작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과분하게 나는 축하를 받는 걸까. 그저, 진심으로 졸업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어리석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나길. 졸업식 때 울어버릴 거 같다는 엄마의 눈물 따라 나의 고백도, 내가 선택할 단어들도 '돌아보면 전부 감사한 마음'이 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