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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B Jun 04. 2024

글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

글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

역시나 구원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다. 

그러면, 글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정도로 해야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7년간 재즈 카페 사장으로 일하며 소설을 썼고,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교사와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글을 썼고,

또 어떤 소설가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글을 썼다고 한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글이 그들의 구원 혹은 기쁨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가를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분명히 글쓰기를 좋아했다. 10대의 나에게 물어본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 물어본다면 글쎄라고 하며 말을 줄일 것이다. 그렇다면 싫어해하느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글쎄다. 


그럼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되었을까?


스무 살,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책을 많이 읽었고, 전공 수업이 너무 재밌었어서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썼다. 그러면서 글을 보는 눈이 빠르게 수직 상승하듯 높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을 쓰는 실력은 크게 늘지 않고 고만고만했다. 수준이 높아진 내 눈은 내가 쓴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게 해 줬다. 아무것도 모를 땐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재밌고, 열심히만 하면 나도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을 깨달은 나는 그건 이루어지기 힘든 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후에는 글 쓰는 재미가 아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만이 남았다. 글을 잘 쓰는 재주를 훔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적인 현실 속에서 취업에 몫을 맸다. 취업 앞에서 1년 반을 넘게 좌절하다가 예상치 못한 IT업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잘 써야 한다는 의무감과 욕심으로 계속 글을 썼다. 내가 원한 어떠한 수확도 없었다. 나는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억지로 글을 쓰는 월급쟁이로 매일 살뿐이었다. 


지금은 다시 그런 월급쟁이가 되지 못할까 봐 초조해하는 백수다. 

그래, 이제야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글 쓰는 게 더 이상 재밌지 않다. 심지어 그런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글을 쓰고 있잖아? 그럼 이건 뭔데?


요새는 글에 대한 욕심과 집착 없이,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마음속의 감정들이 많이 쌓여서 쌓지 못할 것 같을 때, 글을 쓰게 된다. 

이렇게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라고 쓰고 싶지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나는 역시나 그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딱 아주 조금 마음이 나아진다. 

오늘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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