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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Jan 28. 2020

초한지

북리뷰-소설

#초한지 #견위 #김홍신



장기가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살면서 항우와 유방에 대해 들을 기회가 종종 있었다.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 나와 같은 사람은 그런 정도에서만 초한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만 있다가 읽을 책이 떨어진 김에 초한지를 시작했고 틈틈이 읽느라 다 읽는데 한 6개월 걸린 것 같다.

고전을 읽다보면 전체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는 맛은 있는데 역시 오래된 텍스트라 그런지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고 단어도 익숙하지 않아서 쉽게 읽히는 맛은 없다. 그래서 중간중간 인터넷으로 인물별, 사건별 요약내용들을 보면서 읽었다. 내가 읽은 건 김홍신 작가 버젼이었는데, 군인 출신에 국회의원도 지낸 분이 쓴 책 치고는 너무 읽는 맛이 없긴 했다. 인터넷에는 2007년에 발간됐다고 나와있는데, 2007년 책 같지 않고 더 옛날 책 같다. 보고싶은 분은 다른 버젼으로 보시는 게 나을 듯.
전체적인 줄거리와 인물에 대한 부분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삼국지는 줄거리를 대충 아니까 자연스럽게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유방과 유비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집안 사람이라 그런가. 언뜻 보면 무능하고 허황된 꿈만 따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주변 장수들의 능력을 잘 활용하고 때를 잘 기다려서 결국에는 황제에 오르는 모습에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능력도 있지만 운때가 잘 맞은 것 같다. 유비는 운때가 잘 안맞은 걸 거고.

인상적인 전투들도 많았고 홍문의 연도 백미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 전에 함곡관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유방은 항우보다 관중을 먼저 차지하고 부하를 시켜 함곡관에서 쳐들어 오는 항우군을 막아서나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항우에게 저자세로 대응한다. 유방도 야망이 있고 항우와 한바탕 해보려는 생각이 있었지만 적당한 때를 기다리기 위해 태도를 바꿔 사과한 것인데, 여기서 항우가 그것을 받아줘버리면서 전체적인 판도가 유방쪽으로 처음으로 넘어간다. 범증은 이것을 파악했지만 항우는 그런 유방의 태도 변화의 원인을 알아보지 못하니 이 것을 볼 때 결국에는 운명적으로 항우가 패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스토리는 재밌었지만 번역에 좀 아쉬움이 많아서 나중에 좀 더 나은 번역본으로 한 번 더 보고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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