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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새미 Jun 14. 2023

린 고객 개발 (2)

언제, 이 시장에서, 이 BM이 괜찮다고 판단하는가

린 고객개발이란. 고객을 고려한 '제품 개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가설 주도 접근법을 의미한다. 가설을 설정하고 빠르게 인터뷰하는 방법으로, 프로덕트 개발에 앞서 또는 도중에 진행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마켓과의 핏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 고객개발법이 작동하려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 고객을 만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린 고객개발 책에서는 '건강한 의심'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잘 해주기 때문인데, 이런 대화속에서도 진의를 읽고 진주를 찾을 수 있는 속성이다. 스타트업 초기 멤버들이 이런 의심을 항상 할 수 있는 스마트한 사람들이라면, 운빨을 빼고도 프로덕트는 더 빠르게 시장에서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멤버들이 너무 착하다! 게다가 고객은 글로벌 어딘가에 사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유입된, 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렇다보니 문제가 있다.


영어로 좋은 말만 하다가 니즈가 안맞으면 이유도 알 수 없이 잠수를 타게 된다는 것...!


듣고 싶었던 내용과 이상하리만치 잘 맞는 답변을 듣게 될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가 여러분의 가정을 확인해주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라.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정해진 운명은 피하자!(p153.)


"여러분의 금융정보 보안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계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 중 누가 "아니오"라고 답할 것인가? 하지만 "50달러의 사례를 드리기 위해서 선생님 어머님의 성과 사회보장번호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면 보안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일까? ... (중략) ... 열린 형태의 질문이 중요하다.(p154.)


정해진 운명처럼.. 잠수타는 바이어들이 반복되는 가운데, 타개책이 필요했다. 기존에 사이트에 등록된 고객 2000명에 대해서 Whatsapp과 Facebook / instagram 컨택을 적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나섰다. 기존에는 세일즈팀에게만 '발주 전환'을 목표로 달려주기를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발주 전환'의 이유를 찾아달라고 제안했다. 개발자를 제외한 전 인력이 여기에 매달렸다. 그 중에는 qualified lead로 발주 과정에 발만 담그며 약간 진입했다가 나가리된 사람들도 있었고, 우리가 IP를 보유한 제품의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부터 가설검증이 다시 필요했다. 도대체 고객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 화장품 제조사와 협업할 때 전문성과 언어장벽, 이 두 가지를 문제로 꼽고 디벨롭해왔는데 발주전환의 긴 여정에서 번번이 나가리가 되는 상황. 처음에 진단했던 그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멤버들은 고객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문제가 다르다보니 해결책도 조금씩 다르다. 


발주전환의 여정이 길다보니 어떤 스테이지(또는 퍼널)에 있는 고객과 소통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랐던 것. 그러나 고객이 발주 전환되는 메인띰에서 스테이지는 영업 테크닉의 영역은 아닌가? 우리의 솔루션이 파워풀하다면 말이다.


본질적 문제가 도대체 뭔지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고객들에게 던진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이는 지난 시간에 각자 고객에 대해 드러냈던 동상이몽에 기초한 질문들이었다.



오늘 화장품 발주를 어떻게 하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화장품 발주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제품/앱/자신의 방법 등이 있습니까?
마법지팡이로 오늘 할 수 없는 일을 아무것이나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마지막으로 화장품 발주를 하셨을 때, 그 일을 시작하기 직전에 뭘 하고 계셨습니까? 그 일을 마치고는 뭘 하셨습니까?
화장품 발주에 대해 제가 더 여쭤봤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추가질문) 그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추가질문) 그 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추가질문) 화장품발주를 마치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추가질문)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 있을까요?


책에서 제안한대로, 기능이 아니라 문제점에 집중해보기를 권유했다. 본질적 문제는 무엇일까. 왜 이렇게 문의는 많은데 발주 전환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실제로 제조사들에서 말하는 inquiry -> order 전환율이 2%에 불과한 상황. 우리가 과연 100명을 만나지 않아서 발주전환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100명을 넘게 만났다면 제조사와 차별점이 없어서 전환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한국화장품 제조 니즈가 적었던 것일까?


다양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인터뷰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태국의, 미국의 바이어들과 인터뷰를 했고, 나는 10명 정도, 멤버들은 수십명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이 '막연한' 어떤 화장품 기획의 아이디어에서 실천으로(=지불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어떤 성공 가능성'이었다. 우리 바이어들은, 이미 한국화장품이 좋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한국 화장품이 품질로 성공하는 사례도 많이 알고 있었다. 한국 제조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지만, 제조사에서 일단 어설픈 영어라도 대응을 시작하면 만들수도 있었다.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 고객들이 이미 다 솔루션을 가지고 있고, 제조사들도 그로 인해 2%대 제조전환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 우리도 제조사처럼 설비와 포트폴리오를 갖추었을 때 2% 전환율이 발생하는 걸까. 그렇다면 단 2개가 발주되는 데 문의는 왜 100이나 되는 것일까? 문의가 많은 것은 시장상황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문의해 놓고 결제에 용기는 나지 않는, 그 지점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고객이라면 뭐가 가장 두려운 걸까.


'재고'.


제조플랫폼에서는 머리만 싸매고 있던 우리인데, 오히려 동남아에서 작동중인 무역플랫폼에서 너무도 쉽게 답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고객이 첫 주문에서 엄청나게 많은(어느정도 많냐면, 단일 거래건으로는 금액이 기존 최대 금액의 2배 정도되는 역대급 규모) 한국화장품을 주문했는데, 물건 리드타임 때문에 우리가 먼저 사입한 뒤 바이어에게 결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큰 돈이 들어갔는데, 혹시라도 이 바이어가 결제를 안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가 생각나 손에 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은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잘 알려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만약 바이어가 인수를 거절한다 하더라도 유통이 잘되는 물건이라 악성 재고로 흘러갈 위험은 거의 제로였다. 유명 브랜드여서 판매 대책이 있었고, 사입을 진행했다.


바로 그것 아닐까. 악성재고가 두려운 것. 그래서 대책없이는 지불하지 않는 것.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바이어들을 위해 재고 없이, 성공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대책들을 제공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에게 '제조의 어려움'를 빼놓고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브랜드 개발의 어려움'으로 말이다. 주제를 확장하니 여럿으로부터 "잘 될지 몰라서.."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문의만 남겨두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이미 잘 되는 브랜드 유통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라는 현실적인 답변을 꺼내놓는 것. 막상 이렇게 정리해보니 간단해 보이지만 제조라는 긴 여정에 단계단계의 어려움에 가려서 그동안 핵심을 놓친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 모두가 진단한 문제와 해결책은, 부분적으로는 맞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틀린 것이다. MOQ/ 최초의 예산 / 제조컨설팅 등등이 말이다. (준이 가장 문제를 포섭했던듯 ㅎ)


우리 고객들은 주로 온라인을 셀링을 하니, 온라인에서 성공 가능성을 검증해 주어야겠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잘 팔릴 것이다'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짧게 테스트한 결과!!! 발주로 전환되었다! 드디어 발주전환이 일어났다. 호주에서 턱마스크,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서 세럼, 필리핀에서도 추가 세럼 오더가 있었다. 메이코더스는 해외 바이어와 함께, 4종의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할 것이다. 기존에 B2B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몇 번의 문의만 메신저로 진행한 뒤 웹사이트에서 큰 돈을 결제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아직 비지니스개발에 집중한 탓에 사이트 디테일은 채우지 않아서 MVP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 사이트에서 말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에겐 이런 전환이 필요했다. 이 험하고 확률적으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우리의 '확신'에는 증거가 필요했고, 너무 오랜기간 증거를 모으느라 고군분투했다. 우리가 충분히 스마트하다면 해결할 수 있어, 그런데 발주 전환이 안되잖아? 시장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 아닐까?라고 보수적인 생각했던 부분이 틀렸다. 우리가 아니라 고객으로 풀어야 했던 평범하디 평범하지만 틀림이 없는 방법이 필요했던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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