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6개월

목적에 맞지 않는 해결책.. 목표 없는 대한민국의 근로관련법

by 최새미

6개월. 스타트업에서 6개월은 말도 안되는 성장을 만들어 내거나 (가령 월 10억 매출을 만들어 버린다든지,,) 아니면 완전히 피벗해서 다른 아이템으로 fit을 찾아내 버리거나 그도 아니면 완전히 망해서 다른 길을 찾게 하는 시간이다. 굉장히 길고, 밀도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 글은 이 중요한 6개월이, 아주 사소로이 낭비되고 있는 현상이 있고, 이 현상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가 휴가제도라는 점을 지적한다.


입사 만 1년이 되는 날 한 멤버가 퇴사 의견을 전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B2C 마케팅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면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을 하였다(우리 회사는 B2B회사이고, 그는 1년간 그 일을 해왔다).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이유는 퇴사 면담 며칠 전까지만해도 내년에 더 잘하겠다는 연말연시 인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면담시간에 문득 머리를 스쳐가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퇴직금, 15일 연차. 우리 팀을 분리하기로 한 시점에 얼핏 그 멤버가 그 얘기를 하며 분리된 다른 회사로 가기 어렵다라고 했다는 얘기, 그리고 최근에 만났던 의대 교수님들이 1년마다 26일 연달아 휴가를 쓰고 퇴사하는 병원 인력들이 너무 많아서 실무를 하고 있다라는 얘기, 1년 1일만에 퇴사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는 노무사님 얘기가 떠올랐다. 참고로 근로일 26일 휴가는.. 한달 근로일 20~22일을 넘는 수치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버틴 건 아마 최소 6개월 아니었을까. 처음 3개월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거고, 그 다음 3개월은 뭔가를 인계받고 배우는게 재밌었을 거고, 그 다음에 안맞는다 혹은 비전이 없다라고 생각했을 건데 그동안 매몰비용이 6개월이니 6개월 더 참고 받고 나가자,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팀 분리 얘기가 나온것도 그 즈음이니 완전 틀린 얘기는 아닐 거다.


우리 회사가 초기 스타트업이고, 내가 첫 입사 했을 때(2011년)는 없던 제도라서 1년만에 나갈 때 이렇게 이점이 생겼는지는 몰랐다. 이 시초는 바로 1년 미만 근로에 대한 월차제도의 신설. 이 제도는 상당히 최근(2018년)에 생긴 제도이고, 만 2년 이내 근무하는 계약직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었다. 연차라는게 만근1년 +1일째에 지급되다보니, 기존 연차제도는 1년 계약직 노동자는 연차가 없고, 2년 계약직 노동자는 2년간 15일만 보장받아서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를 위한 연차의 보상을, 기존 연차제도를 손보는 것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월차라는 임시책을 굳이 만들어 해결했다. 1년 미만 근로에 대해 만근 1개월마다 1일씩 월차를 부여하는 것. 이대로라면, 1년 계약직은 1년동안 11일의 휴가를, 2년 계약직은 11+15일, 2년동안 26일의 휴가를 부여받게 되어 얼핏보기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간 계약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근로에 포괄적으로 적용됐다. 1년 또는 n개월을 일한 뒤 합쳐서 사후 연차를 부여받는 아시아권의 문화, 여기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1개월 일한 뒤 바로 월차를 부여받는 서구권의 휴가 제도를 중복으로 적용받게 됐다(chatGPT에 의하면 월차와 연차를 중복으로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유일하든 아니든 이미 논리적으로 이상해서 추가적인 서치는 해보진 않았다).


만근 1년 1일만에 퇴사의사를 전할 경우 전후에 연달아 공휴일과 무관하게 부여받는 26일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1년 만근전에 11일, 1년1일에 15일이 발생하고, 유급휴가도 근로일이기 때문에, 1년을 기준으로 전에 11일, 후에 15일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휴일을 더하면, 가장 노동법이 발달돼 있다고 하는 독일보다도 많이 휴가를 보장받게 되는 시점이 그 즈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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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근일 기준으로 휴가를 연달아 쓴다면, 한국은 1년 만근이전 연차(11일), 만근이후 2년차 연차(15일) 총 26일을 쓸 수 있다. 독일은 월별 1/12만큼 비례 발생이라 1년 만근 이전에서는 1년차 연차(6월에 전체 다 지급) 총 20일만 발생(6개월에 지급이라 최소 1.5년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 참고로 한국의 공휴일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나라별 휴가 사용조건이나 유효기간은 다르다. chatGPT결과이고 추가적인 서치는 하지 않았다.


아마, 누구든 처음에는 개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한만큼 이미 휴가를 받았는데, 1년이 되니 휴가를 몰아서 또 준다. 그러다가 누구든 계속 적용받는 것을 알게 되면 안하면 바보가 된다. 많은 형님 언니들이 똑똑하게 퇴사하는 법이라며 유튜브에서 전한다. 백 번 맞다, 제도가 있는 데 안 쓰면? 바보다. 나 같아도 1년 1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버티고 버틸 것이다. 다 주는 건데 안 받을 이유가 있나.


진정한 부작용은 이 안하면 바보 사고법이 일종의 문화가 됐을 때 발생한다. 누구나 그걸 챙기고 있기 때문에 안챙기면 바보라고 한다. 설득적이다. 그럼 그냥 대충 다니면서 버텨볼까, 이렇게 생각한다. 어떻게든 6개월은 지낼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의 인재들은.. 안맞는 회사라고 확신하면서도.. 자신이 깊게 관여될 의지조차 없는, 의미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고급 인재에게 6개월이면.. 아주 큰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기간이다. 원래라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많이 만들어내서 좋은 결과를 보며 글로벌 다른 스타트업들과 경쟁해야하는 시기들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 알고 있지 않는가. 스타트업의 6개월은... 한 스테이지를 넘어갈 수 있는 시기인데, 대외적으로 그런 기대를 받을 커리어를 한 줄 적을 지언정, 실제로는 진심없는 물경력용 버티기를 하는 거다. 엄청 줏대가 있지 않는 한 안하면 바보 트렌드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체리가 너무 맛있어서 1년마다 반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커리어는 누구든 쉽게 알아 챈다.


노동관련 법의 본질은 누구든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방을 보호하는 이유는 노동착취를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시아권에서 가장 성장한 나라이고, 인재들로서, 콘텐츠와 뷰티, 각종 제조업에서 뛰어남을 드러내고 있다. 좋은 팀에서,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모아서, 키워서 만들었다. 이 모든 창의력이 착취받을 가능성을 걱정하며 키워졌다고 보긴 어렵다. 인재들이 앞으로도 많은 업사이드를 만들어야하고, 이것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에서, 노동관련법이 성장지향적인 근로까지 보호받아야할 하방으로 취급하고 있다.


다시 물어본다. 월차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무엇인가.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보호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한번에 몰아서 휴가를 주는 연차제도가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근로기간이 정해진 근로자를 대상으로 1년 미만 근로에 대한 월차를 부여했어야 한다. 그것이 너무 핀셋 개선이라면, 연차 제도 전체를 연차 또는 월차 단일체계로 통합하는 방안을 생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재들은 재능과 시간을 하방보호를 위한 법과 노하우를 검토하는 데 낭비하고, 회사는 감시와 필터링 제도를 생각하며 인사력과 시간을 낭비한다. 뿐만 아니다. 정부와 노무사들은 노사 양쪽이 예민하게 보고 있는 탓에 1년차 즈음의 연차가 며칠인지 건별로 매번 계산하고 공유한다. 잊을 만하면 관련 사안이 대법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행정력과 시간도 어마무시 잡아먹는다.


이 얼마나 쓰잘데기 없는 일인가. 덕지덕지 짠 논리가 중복적이거나 커버하지 못한 영역이 생겼고... 다수가 체리피킹을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이것을 막기 위해 사용자는 채용 필터링과 근로기간을 고민하게 되고.. 이것을 받으려는 근로자는 거짓열정을 고민하게 된다... 변호사들 의견을 구해봐도, 이미 다수가 이익을 보고 있어서 바꾸기는 쉽지 않을거라 한다. 하지만 무언가 중복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덧. 아마 개발자에게 휴가제도를 짜라고 했으면 그냥 연차는 없애고 유효기간 1년인 월차로 초항은 만근 1개월, 종항은 퇴사일로 통일했을 거다...!ㅎㅎ 월차로 통일되면 여러가지가 클리어해져 연차 계산이 만 배는 쉬워질 것이다. 연차제도, 법정회계일 기준까지 겹쳐져 이토록 직관적이지 못한 산수는 처음봤다, 얼마나 복잡한지 구글 검색해보면 세무사부터 대법까지 전문가들도 다 다른 소리 하는 것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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