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글로벌 고객을 개발할 것인가 (2)

통찰하기를 위한 비논리의 발견, 추상화와 구체화

by 최새미

앞선 글에서,

글로벌 고객을 개발하기 위한 Qualification과 Quantification에 대해 다루었다.

비지니스 개발은, 프로덕트/서비스가 해결하고 있는 핵심문제에 대한 고객과의 이야기에서 나올 것(Qualification) 그리고 해당 내용이 정량화 되어 측정될 것(Quantification).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말들이지만, 그냥 공대생이 본능적으로 행동한 방법대로 써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통찰하기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https://brunch.co.kr/@saemi32/34


통찰력은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리킨다. 세상의 여러가지 능력 중 획득하기는 쉽지 않고, 말만으로는 쉬운 능력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이 통찰력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보고, 사람을 찾고, 사례를 검토한다.


그리고 배우긴 배우는데... 한국식으로 배우는 거 같다. 이건 비하한다기 보다... 원리를 탐색하기 보다는 응용문제의 해법을 배우는 형태로 공부를 해온 세대들이, 또다시 강의로 일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고쳐말해보면.. 한국인의 교육방식으로는 통찰력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런 강의들을 보면 통찰력보다는 생활 꿀팁을 담고 있다. 그냥 이렇게 하면 삽질이 적을 것이다..! 느낌의 정보일 뿐. "아!"하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경우는 너무도 드문거 같다.


나도 한국식 교육을 그대로 타고 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통찰력이 있다고 볼순 없다. 단지 학부때 비범한 몇몇 교수님 / 선배들로부터 들은 사례로 유추하고,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는 것뿐이다. 와, 이런 틈새를 발견하다니? 라는 생각부터, 그릇이 정말 크다~까지. 통찰력은 각기 다른 피드백으로 강한 임팩트를 사람들에게 남긴다.


내가 본 통찰력에는 다음과 같은 속성이 있었다.

- 비논리의 발견

- 추상화와 구체화


1. 비논리의 발견

논리적으로 완벽한 세상 같지만, 물리적 실재이기에, 또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비논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한다. 교수님께 들었던 친구분의 이야기이다. 미국 항공사들은 전통적으로 오버부킹 제도를 운영한다. 아마도 no-show로 인해 누군가가 못타고 갈 때를 대비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기에는 잘 작동할테지만, 비행기 이용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성수기에는 문제가 생긴다.


표 취소해주실 분 ㅠㅠ

100명 정원인 비행에 110~120% 정도를 오버부킹해 두었는데, 101명이 탄다고 한다. 누군가는 표를 취소해야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럴 때 승무원들은 다급하게 취소해달라고 외칠수밖에 없을듯. 애초에 말 안하고 오버부킹한 것도 기분 나쁜데, 비행기까지 못탄다면? 승객 리뷰는 최악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슬쩍 제안한다. "보통 때보다 n배에 해당하는 마일리지 적립해드립니다"


누군가 한 명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 마일리지를 받고 그 자리를 떠난다. 항공사도 좋고, 승객도 약간 양보하고 해피엔딩.. 처럼 보이지만, 곧 이 컴공 전공자인.. 친구분은 각성한다. "아, 혹시 다른 항공사도 이러려나?" 옆부스에도 똑같은 상황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봤다. 성수기 시일내 많은 항공사의 티켓을 예매한다. 그리고 하루종일 공항을 돈다. 여지없이 모두 오버부킹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마일리지를 두둑히 챙기고 100% 환불도 보장받았다. 아마도 쌓은 마일리지로 비성수기 가족여행표는 얻었으리라.


물론 곧 사례로 리포트되어 오버부킹/마일리지 보상 자체도 한도가 생겼다고 하지만, 여기서 친구분의 생각과 실천은 통찰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비논리, 그러니까 불평하고 짜증내야할 상황에 "왜?"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구조적 모순을 찾아낸다. 단순히 보면 약았다고 할수도 있을 거 같긴한데, 진짜 약은건가? 아무도 못보던 것을 보고, 똑똑하게 생각한거다. 아마 항공사에 깨달음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다들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돌을 하나 던진다.


우리가 풀어가는 문제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바쁘게 먹고 사는 문제랑 직결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가 어렵다. 왜를 물어야 돌을 던지고 판을 바꾸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 빠르게 돌아가는 순환고리에는 참, 이거 이상하다고 말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비논리의 발견이라는 통찰력은 오히려 용기와 저지름을 전제하는 것 같기도 하다.



2. 추상화와 구체화

비논리의 발견이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면, 추상화와 구체화는 "공통점은?" 물으며 시작된다. 여러 사례들을 공통점을 기반으로 분류하고, 차이점을 기반으로 구분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 흔히 Whiteboarding이 이 비지니스 개발에서 추상화와 구체화를 지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계층구조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대통령은 정부라는 추상적인 개체를 총괄한다. 정부는 각종 부처로 나눠진다. 각종부처는 청으로, 청에서는 무슨 무슨 부서로.. 팀으로.. 구분된다. 반대로 이들 모두는 부서로.. 청으로.. 부처로.. 대한민국 정부로 분류된다.


추상화 능력은 바로 분류를 하며 상위 개념을 뽑아내는 능력이다. 나와 너, 친구와 선생님은 모두 다른 이름, 다른 주민등록번호, 다른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어 구분되지만, 모두 사람인건 매한가지다. 사람이라는 개념이 이름 / 주민등록번호 / 가족관계목록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잠깐 존재하는 데이터로서 내가 정의되는 것뿐이다.


재미난 것은 어떤 개념은 추상적인 동시에 구체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너와 나에 비해서는 추상적이지만, 포유류 개념에 비해서는 구체적이다. 상하위 개념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추상화 레벨이 높다고 말을 한다. 생각해보자, 포유류를 알고, 사람을 알고, 너와 나를 아는 사람과 / 사람을 알고 너와 나를 아는 사람 / 너와 나만 아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추상화 레벨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되는 바가 있다.


이 능력은 데이터 모델을 짤 때 중요한 관점들을 제공한다. 우리처럼 여러 브랜드를 다루는 플랫폼 개발자는, 그저 브랜드를 브랜드라고 추상화한다. 누구에겐 소중하고, 누구에겐 덜 소중한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정보는 오히려 세일즈 현황, 트래픽과 같은 속성으로 정의될 뿐이다. 이 관점에서 화장품 브랜드 개발자들은 한 줄의 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면 구체화 능력은 반대로 세부적인 것을 채우고, 이야기를 만든다. 한명의 화장품 브랜드 개발자는.. 브랜드가 머릿속에 집중된 개념이다. 따라서 이 브랜드가 어떤 성분을 가졌는지, 이름의 배경, 사용층을 차별적으로 제시한다. 이 별건들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든다. 어떻게 보면 지금 고도화된 여러가지 사업, 예를 들어 법률가, 의학, 화장품도 마찬가지..! 별건들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고, 동일한 모델의 특별한 사례를 많이 많이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추상화를 하면서 개발하는 비지니스를, 글로벌 비지니스라 하고,
구체화를 하면서 개발하는 비지니스를, 로컬 비지니스라 한다

이게 단순히 지역이다, 세계다의 관점이 아니라

로컬에 최적화된 비지니스인지, 제네럴하게 사람들에게 작동하는 비지니스인지의 관점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글로벌 비지니스 개발을 한다는 것은 이 추상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로컬 비지니스는 자신의 로컬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맞춤형으로 별건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구체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전자는 통찰력에서, 후자는 비지니스의 개성에서 개발 포인트가 생긴다.



이런 저런 행동의 이런 저런 사례의 것들을 묶어 본다. 두 가지 통찰력의 시작점이 생긴다.


- 공통점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외부와 구분되는 특성을 명확히 알 수 있다.

- 품질적인 공통점을 찾아보면 개선점과 새로운 목표를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1 비논리의 발견 도 어떤 부분들은 2 추상화와 구체화를 통해 발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들어 비행기 오버부킹시 발생하는 과예약, 승객의 불편함, 마일리지 보상제도 등등의 경험을 성수기 예약 이상(Anomaly)로 이름을 붙여보자. 본질적인 문제는 오버부킹이 일반적으로는 잘 작동하고, 성수기에는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오버부킹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말안하기로 한다.


성수기 예약 이상에 대한 구조를 그릴 수 있다. 승객측면의 불편, 항공사측면의 불편, 이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현재 상황의 정책, 이 정책이 발생시키는 비논리가 하나로 다 묶이게 된다. 이렇게 묶고 나면 자명하게 여러가지 속성을 검토하도록 생각이 흐른다. 성수기 예약 이상 분류 안에서는, 이 정책뿐인가? 이 정책의 관여자는 무엇인가?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분류 밖으로 가면, 이 모든 것들을 예약 이상으로 한 번 더 추상화하고 외부 문제를 탐색할 수 있다. 비성수기 예약 이상은 없는가? 중성수기 같은 개념은 없을까? 만약 이렇게 나눠야하면 기준은 무엇일까? 등등.


안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바깥쪽은 탐색하게되는 구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로 유입되는 고객 질의를 본다.


날데이터이다. (우리팀은 이메일로 접수된 질의를 채널톡으로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image 1.png


이걸 어떻게 추상화를 하지..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진다.

일단,

줄 글로 돼 있는 몇개 단어로 구성된 딱지로 추상화해본다. 이렇게 분류가 되고나면 왠지 모르게 통계를 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구글스프레드 시트로 차트로 간략히 그려본다.

Group 2.png


통계를 낸다는 건, 반복되는 개념들을 하나로 묶는 다는 것. 뭐가 얼마나 나왔고를 알 수 있을 뿐더러, 개념들이 쭉 나래비로 드러나게 되다보니 더 상위 개념을 추론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량별 단가요청

리드타임 문의

현지 판매 인허가 지원문의

라벨링 / 용기 지원문의

커스텀 범위 문의

...


다채로운 통계처럼 보이지만 상위 개념들을 도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제품 / 제조사 / 배송 / 서류대응 등 특정 키워드를 토대로 추상화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FAQ를 작성하면서 택하는 아주 일반적이고, 개선점을 찾기 어려운 재미없는 추상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가 제안하는 질의의 추상화 구조는 Availbility / Specification / How 이다.


이런 저런 제형이 가능해요? 이 인허가성분이 들어간 제조가 가능해요? 이 제조사랑 일할 수 있어요? 이 것을 우리나라에 판매할 수 있어요? 등의 가능성 문의를 Availbility에 묶는다.


단가가 얼마에요? 생산기간이 얼마나 걸려요? 무게나 사이즈는요? 배송비는요? 등의 질문은 Specification에 묶는다.


어떻게 샘플링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제조로 진입하죠? 패키지 디자인은 어떻게 하죠? 등의 질문은 How로 묶는다.


이렇게 약간 다른 개념으로 묶어보면 좋은 점이 있다..!

제품 / 제조사 / 배송 / 서류대응으로 묶었다면, 그 다음 뭘 해야하지.. 생각이 든다. 제품을 많이 보여준다? 카탈로그를 보여준다? 제조사는 믿을만하다고 사이트를 개선해본다? 서류대응 되는거 안되는거 보여준다? 등 사실 온라인 프로덕트 상에서 질의를 알아서 고객이 잘 보게끔 하는데 개선 아이디어가 그치게 된다.


그렇지만 Availbility / Specification / How로 묶으면 다른 개선 목표들이 드러난다...!

Availability에 대한 답변 내용을 토대로, 더 available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왜 못했지?

Specification에 대한 답변 내용을 토대로, 더 specific하게 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왜 못했지?

How에 대한 답변으로, 더 easy하게 경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왜 못했지?


라는 목표와 개선점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정의하고 모아서 진행한 추상화에 귀중한 결과라 생각한다. 아마 당근이나 오늘의 집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에서 고객의 문제를 이렇게 분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일반적인 동네 거래 카테고리가 아니라, 가구 거래 카테고리가 아니라, 지역으로 탐색을 시작하게 하거나, 가구의 테마 키워드로 탐색을 시작하게 한 부분에서 살짝이나마 엿본 것이다. 두 비지니스가 글로벌하게 된데에도 이런 자신들만의 추상화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참고로 당근은 판교 젊은 애기엄빠들이 시작했지만, 60세가 넘은 우리아빠도 당근의 해비유저이다.)


사실 추상적인 세계에 정답은 없다. 피카소가 빨간색을 쓰든, 검은색을 쓰든 그의 맘 아닌가. 하지만 적어도 누가 뭘하는지가 아주아주 중요한 이 스타트업씬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추상화하고 통찰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개인의 성장관점에서나, 조직의 성장관점에서나 모두 아주 중요한 일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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