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속도

얼마 전, 오랜만에 헬스장을 등록했다. 

요가를 하면서 근력과 스트레칭을 하기 때문에, 헬스장에서는 주로 런닝머신을 하고, 짧게 몇 가지 기구운동을 한다. 

나는 런닝머신을 하면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는다.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면서 머리를 비우자는 목적에서이다. 그러나 생각이 많은 족속에게 머리를 비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에, 보통은 걷고 뛰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오늘은 도무지 뛰고 싶지가 않아 속도를 6 정도에 맞추고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피곤하여 5.5 정도로 낮추고 걸어보았다. 어느 정도 몸이 걷기에 적응되었을 때, 속도를 다시 높이려다 말고 문득 4.3 정도로 속도를 낮춰보았다. 속도를 낮추고 발바닥의 감각, 다리의 감각을 더 꼼꼼하게 느껴본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모든 걸음이 주는 감각을 촘촘하게 느껴본다. 걷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낯선 느낌이 좋다. 인생의 속도를 줄이면, 이렇게 인생의 모든 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왜 이리 두려워했을까. 왠지 이제는 인생의 속도를 낮출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그렇게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한참을 걸었다. 어느덧 소비칼로리가 150을 넘어선다. 뛰지 않아도, 이렇게 걷기만 해도 칼로리는 소비되고, 걷는 거리도 늘어나는구나. 방향이 맞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진리가, 문득 런닝머신을 하면서 새삼 다가왔다. 

때론 천천히 걸어도, 때론 뛰어도, 때론 빨리 걸어도 모두 괜찮다는 것.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무 채근하거나, 남과 비교하거나,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것. 그저 나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방향을 잘 잡아서 묵묵히 움직이면 된다는 것.  

오늘도 머리를 비우지 못하고, 걷고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들 어떠랴.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운동한 만큼 건강해졌으며, 그것은 바른 방향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