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다시 운전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스물스물 올라와 몇번이나 망설였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자 금새 감이 잡혔다. 어두운 두려움이 나를 먹이 삼아 똬리를 틀어오더라도, 막상 시작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나는 내 차가 좋다. 내게 딱 맞는 시트의 높낮이와 기울기. 내 손에 닿는 곳에 딱맞게 놓여져 있는, 내가 차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 내 마음에 딱 드는 시트색. 내 마음에 딱 드는 사양. 보고 있자면 행복감이 절로 차오른다. 거리에 보이는 비싼 고가의 차들도 그저 타인의 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이룬 것에 오롯이 집중할 때 차오르는, 타인의 것에 집중할 때는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이 있다.
인생도 그렇다.
서울에서 운전하다보면 다른 차를 의식할 때가 있다.
'어, 저 차는 아까 내 앞에 있던 차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은근히 눈에 들어온 그 차를 의식하며 운전하다가 그 차가 다른 길로 가버릴 때면, 피식- 웃음이 난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거늘. 앞서고 뒷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생도 그렇다.
내가 운전하는 이 길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닦여진 것. 난 그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이 길을 만들 때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길을 닦았을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이 길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당연히 지나갈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무심하게 타인의 노고를 누리다가, 문득 그 사실에 놀라며 짧은 감사함을 느낀다.
인생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