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5살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길목, 그리고 월요일이다.
지난 토요일,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그 엄청나고 평온한 자연이 잔잔하게 깔려있던 우울감까지 싹 씻겨 내는 듯 했다. 사람이란 자연 앞에 얼마나 미력한 존재인지. 그러나 월요일 아침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니 우울감이 다시 잔잔하게 차오르는 듯 하다. 사람이란 감정 앞에 얼마나 미력한 존재인지.
45살 8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녹만 바라고 사는 월급쟁이로 살지 말라는 주일 예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머리 한 쪽을 콕콕 쑤신다.
'이번 달도 무사히 버텼구나'라는 안도감이 꾸물꾸물 마음 한편에 자리잡는다.
오늘 해야 할 일들도 차르륵 우선순위를 잡는다.
그런 월요일 아침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지만,
시대가 나를 휘감고 내가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삶에서 비겁해질 수 밖에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정약용의 고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