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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Jul 10. 2019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사랑스럽고 따뜻한 병맛 영화


결국 멋지게 승리하는 슈퍼히어로와 눈 돌아가는 멋진 주인공들이 가득한 극장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프랑스 영화. 게다가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라니, 조신한 한 소녀는 내심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똘레랑스 정신에 걸맞은 자유분방한 비주얼! 외모지상주의에 찌든 스스로를 반성하라는 듯 영화라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몸매의 아저씨들의 대거 등장에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게다가 이들의 스펙(?) 또한 엉망진창이다. 정서적이든 사회적이든 말짱히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우울증, 불안증, 백수, 파산 일보직전, 왕재수, 질척남 등등... 하긴, 남자 수중발레를 하겠다고 모인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모여놓고선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수중발레 코치가 읽어주는 시에 맞춰서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버거워하니, 옆에서 제대로 훈련하고 있는 어리고 쭉쭉 뻗은 수구팀 싸가지들에게 기선제압당하기 일쑤.


하지만 이 아재들의 적나라한 몸에 눈갱 당한 충격이 사라질 때쯤, 이들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선 후부턴 몸매가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아니면 그냥 내 눈이 익숙해진 걸 수도). 그리고 끊임없이 웃기는 병맛 개그에도 점점 중독되는 내 모습... 이런 병맛에 웃음이 터지다니 자존심이 상하는걸?


뻔한 영화같이 이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나름의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영화 같지 않게도 이들의 퀴퀴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들은 같은 현실 속에서도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으니까. 그리고 함께 행복할 동료를 얻었으니까.



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행복, 지켜보는 나에게까지 엄마미소가 번져 난다.

굿잡, 프랑스 아저씨들. 감동과 병맛 웃음으로 비주얼을 보기좋게 극복했어요.

땡큐, 프랑스 아저씨들. 반전 없는 현실 속에서도 행복해줘서.




한줄평: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하는 이 사랑스러운 사회부적응자들을 보라!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 출처: 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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