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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Jul 29. 2020

두부 먹고 싶은 게 죄는 아니잖아

[제로웨이스트 MT 여행기 03] REDUCE: 쓰레기 줄이기

지난 이야기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 없이 고기와 야채 장보기에 성공한 EOTD팀, 고객들을 만나기 전까지 남은 식재료들을 사야 하는데...


정육점과 야채가게에서의 승리에 도취된 우리, 긴장이 풀렸는지 허기가 몰려왔다. 마침 온갖 주전부리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이 맛에 전통시장 가는 거 아닙니까! 강원도에 온 것을 실감하게 하는 감자떡과 메밀 전병이 따끈따끈하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약올리듯 깔끔한 비닐포장 안에서. 아니, 분명 여기서 만든 걸텐데 너네 왜 포장되어 있는 거냐!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실천가인 비 존슨은 제로웨이스트의 핵심 5가지를 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으로 꼽았다. 그중 두 번째는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여 궁극적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Reduce(줄이기)이다.



도저히 포장 없는 감자떡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질 수 없으니 더 매력적인 너... 다행히 메밀전병은 금방 부쳐서 쌓아놓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MT라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다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는 건지 현타가 세게 왔지만, 맛있는 메밀전병으로 조금 진정되었다. 마냥 안 살 수만은 없다는 것, 그만큼 꼭 필요한 것(감자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메인 식재료는 쉬웠지만 찌개용 재료들을 포장 없이 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버섯과 호박은 포기해도 두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종을 울리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두부트럭 시절 이후로는 포장 없는 판두부를 본 적이 없다. 쥐잡듯 시장을 뒤져보았지만 유일하게 발견한 손두부집은 하필 오늘 두부가 나오지 않는 날이라고 한다. 선생님, 두부가 먹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트에 들렀다. 역시나 포장을 두세겹씩 입고 있는 두부진열대를 보고 포기하려던 순간, 정겨운 비주얼의 판두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예 하나로마트 만세~ 국산 식재료 만세~ 비닐포장을 한 겹 입고 있었지만 두부의 물기 때문에 그 정도는 타협하기로 했다. 감자떡도 잃었는데 두부 못 잃어. 적어도 주어진 선택지 중에선 가장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운 형태였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포장 없는 것 찾는 것보다 그냥 산에서 캐오는 게 더 빠를 듯

마지막으로 과일을 고르는 과정은 수월했다. 포장이 최대한 덜 된 것을 고르려니 하나하나 예쁘게 포장된 녀석들은 아웃. 포장을 신경 쓰며 장을 보려니 과일들이 정말 '하나하나' 포장되어 있다는 게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결국 포장이 없는 수박과 복숭아를 들고 장보기를 마무리했다. 비닐포장된 채소와 과일은 생물 보다는 공장에서 나온 제품 같은 묘한 이질감을 주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매끈한 포장을 미덕으로 여기게 된 걸까?


옵션이 없어서 과일은 강제로 선택되었다.


고객들에게 초라한 식사를 대접할 순 없기에, 그리고 물도 마셔야하고 과자도 먹어야하기에 두부 외에도 타협한 것들이 적지 않다. 다만 비닐포장을 최대한 줄인 것에 의의를 두어본다. 완벽한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배출하게 될 테니 감자떡과 두부를 먹고 싶은 우리의 최선은 REDUCE이고, 그걸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다음 이야기

드디어 MT참여자들을 맞이한 EOTD팀, 이들은 과연 제로웨이스트 MT를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1회용품 없는 식사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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