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비건다과회 <오늘 하루 비건> 실행기 02
지난 이야기
비건 빵을 인질로 환경 이야기를 준비하는 EOTD팀, 비건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정리해보는데...
이제 와 말하지만 EOTD팀은 지난 제로웨이스트 MT 때 이미 비건식 제공을 고민하다가 준비가 너무 고될 것이라는 우려와 MT의 꽃은 고기 굽는 시간이라는 감성팔이에 취소한 바가 있다. 육류 소비는 제로웨이스트만큼이나 환경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비건 다과회에서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리된 자료가 필요했다. 게다가 우리의 타겟은 '비건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채식 입문자 또는 예비 채식가'이니 기본적인 개념부터 헷갈리지 않도록 잘 발제해야지.
<오늘 하루 비건>이라니, 육류를 종종 먹는 나에게도 큰 죄책감을 주지 않는 행사명으로 매우 적합하다. 엄밀히 따지면 비건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채식 중 가장 완전한 방식으로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식생활을 일컫지만, 비건이라는 단어에 담긴 문화와 의미를 잘 알리기 위해 우리는 감히 그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어찌됐건 당일 우리가 준비할 빵은 동물성 원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완전 채식이니까.
이제 식품산업, 그중에서도 육류의 생산과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겉핥기로 알고 있던 내가 부끄러울 만큼 생각보다 심각한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4이 넘는 26%가 식량 생산에 관련이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인 53%가 육류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간접적인 것까지 포함하면 70%을 넘긴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 육류만 줄여도 기후위기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지구의 자원을 훼손시키는 현황과, 이러한 진실로부터 대중의 눈을 가리는 축산업자들의 충격적인 고발도 접했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2014)는 축산을 위한 벌목 등으로 사막화와 열대우림 파괴, 더 나아가 환경운동가의 목숨까지 희생되고 있다는 비극을 진술한다. 집중 고발을 목표로 하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조금은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여전히 축산업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환경보호를 위한 웬만한 나의 노력 (물/전기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보다 한 끼의 채식이 절감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크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현타가 온다. 먹는 것만 바꾸면 되는 건데,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해서다.
당장 나의 식생활만 돌아보더라도 고기만이 아니라 온갖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음식 위주이다.심지어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일반적인 현대인이라면 고기를 뺀 식단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고생의 끝엔 고기회식, 축구엔 치맥이 국룰인지라 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각인된 ‘고기=포상’의 알고리즘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아 개탄스러운 현실이여, 우리의 힐링푸드 고기가 이렇게 나를 배신하다니.
다음 이야기
비건 다과회를 준비하는 오늘 하루만큼은 비건 식단을 추구해보기로 한 EOTD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좌충우돌비건다과회 <오늘 하루 비건> 실행기의 다른 편도 읽어보세요!
1화: 오늘 하루 비건, 어때?
2화: 고기, 너에게 실망했어
3화: 채식보다 어려운 채식메뉴 찾기
4화: 오늘 하루 비건, 열매 맺다!
5화: 오늘 하루 비건의 멋진 피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