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100-75 북한강을 바라보며ᆢ

망연히 북한강의 윤슬을 바라보고 왔다. 강폭이 제법 넓으니 속이 시원하다.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서 옆 테이블 꼬마 손님이 '와,바다다' 감탄의 일성을 올렸다. 꼬마 엄마가 얼른 '이건 강이야,강'이라고 정정해주지만 꼬마는 물러서지 않는다. '바다야,바다. 엄마 왜 그래?' 뾰로퉁해진 아이를 아빠가 '그래,그래, 강이 커서 바다 같다. 그치?' 달랜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미덕에 가깝던 반찬 리필에 추가 금액이 붙는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았던 상추를 귀하다니 더더욱 달아서 추가로 먹었다. 지천으로 깔려있어 끝내 버렸던 수박이 한 통에 4만원이나 한대니 악 소리가 난다. 관광지나 다름없는 양평이라 풍경값을 덤으로 얹으니 음식값, 커피값이 서울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공간이 주는 위로가 커서 당연히 지불해야할 듯하다. 얼마간의 카페 운영 경험이 모든 기준을 허용하게 한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 가평과 양평 양방향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수상스키를 타고 강 중앙을 가르는 이들의 용솟음이 시원하다. 유속이 제법 빠르다. 강변의 카페는 끊임없이 파트너를 바꾸며 여름의 몫을 치른다. 빙수로 뜨거운 속을 녹이고 다시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진정시킨다. 평일에 이런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동행인과 입을 맞춘다.



새로 열리는 육십갑자의 첫날을 느린 잠으로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긴 잠을 잤다. 나머지 날들이 이렇게 느슨하려나? 누운 상태로 가만히 살아갈 날들을 떠올려봤다. 내 남은 날들은 크고 작은, 사람 간의 대화로 채워질 것이다. 가급적 더 적게 말하고 가능한한 더 많이 들으면서. 수시로 내면을 비우는 작업을 할 것이고, 사람에 대한 경외를 잃지 않을 것이다. 불쑥불쑥 터질지도 모를 감정의 핵이 있더라도 그 본질을 수용하며 마음챙김을 하게 될 것이다.



어제 용문사의 천년 은행나무를 올려다볼 때 오로라가 가는 띠를 띠었다. 하늘에는 용머리 구름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을 준비하기도 했고, 토끼 구름이 하늘을 우러르는 장면도 봤다. 그게 뭐였든 울림코치와 상서로운 조짐처럼 여겨져 기뻤다. 물소리가 어찌나 영롱하고 다정하던지 걸음을 멈춰야했고, 돌계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덩달아 정성으로 디뎠다. 숲길에 들어서서, 울림코치도 나도 자연이 주는 깊은 위로와 충만한 영감으로 전율을 느꼈다. 코칭 7회차에 이르도록 늘 소풍오는 기분으로 오고 돌아갈 땐 영적 충만이 그득하다고 피드백을 받았다. 서로에게 축복인 존재.



흐르는 물을 보다가 '시절 인연'에 대해 생각해본다. 열병을 앓듯 파고든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따르고, 수십년 지속된 관계에서도 강ㆍ약ㆍ중강ㆍ약, 심지어 일시적 정지의 시간도 있다. 이해관계로 이합집산도 무시로 일어나고, 절대 회복할 수 없을 듯하던 관계도 다시 연결되며 관계 고리를 형성한다. 유기체로서의 나는 이 세상에 어떤 몫을 담당하러 왔을까? 앞으로의 삶에서 만날 인연들과 어떤 태피스트리를 직조하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강변을 달려 다시 저녁 모임. 꽃이 만발한 곳에서 또 따듯한 축하로 이어진 시간. 인생이 익어간다. 삶과 죽음이 한 선위에 있다는 것. 치매를 앓고 있는 친지들의 아픈 사연들을 나누며,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품위있게 원하는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진리를 또 확인한다. 익어가는 삶에서 함께 할 사람들과의 시절 인연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아름다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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