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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뜨리 조 May 19. 2017

카페 생활자

오늘의 고독과 오늘의 커피


오늘은 어디로 갈까?

 나에겐 대략 열개쯤의  카페 적립카드가 있다. 그 중엔 스타벅스나 커피빈처럼 유명한 체인점 카페도 있고, 어느 골목에 숨겨진 이름모를 카페도 있다. 카페 생활자인 나의  원칙 중 하나는 그 모든 카페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대략 10km이상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성 속에 나를 철저히 숨기고 싶은 날엔 커피맛은 형편없지만 스타벅스나 커피빈,투썸, 할리스 같은 곳으로 간다. 체인점 카페의 장점이라면 콘센트가 많이 있어서 자리 경쟁을 덜해도 된다는 것이고 실내의 조명도 적당하다는 점이다. 가끔 백뮤직의 뮤지션들이 마음에 안드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게다가 주인이 자리를 비켜달라는 눈치를 주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노트북 앞에 앉아 각자 자신의 바다를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살짝 위안이 된다. 저마다 자신만의 커피와 자신 몫의 고독을 안고 묵묵히  파도를 가르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골목의 작은 카페에 가기도 한다. 너무 작아서 주인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화장실에 갈땐 열쇠를 달라는 민망한 말을 해야 한다. 대게 그런곳은 커피맛이 유달리 좋기도 하다. 로스팅도 배합도 뛰어나고 훌륭한 크레마를 구경할 수도 있다. 혀에 닿는 섬세한 여운은 몇가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게 만든다. 가끔 주인이 무료 리필을 해줄 때도 있다. 나를 알고 있다는 눈빛이 필요할 때도 가끔은 있다. 혼자인게 필요하면서 혼자인게 견디기 힘든 아이러니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 카페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 몫의 커피와 오늘 몫의 고독이 뒤따르는 곳. 나는 그곳에 앉아 적어도 10km는 넘는 곳에 존재하는 그리운 이들에게 무전을 보내기도 한다. 철저히 타자들 속에 갇혀 있다 보면 눈물겹게 그리운 얼굴 하나쯤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늘의 커피는 시원한 바닐라라떼이다. 목표를 이루는 날은 거의 드물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이 더 많지만 카페 순례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아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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