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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뜨리 조 Mar 30. 2016

소금사막의 밤 8

뒤돌아 보지 못하는 소금기둥

"그게 무슨 말이야?"

 안 그래도 어젯밤의 광경 때문에 의문에 싸여있는 내게 수지의 말은 거슬렸다. 수지가 내게 핸드폰을 홱 던졌다. 수지의 전화기엔 나와 김영우 선생이 제주 공항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떠있었다.

 "난 이제 학교에 안 가."

 수지는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나는 누군가에게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얼해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제 내 뒤에서 수군거리던 엄마들 무리가 떠올랐다. 나는 양평에 있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와달라고 하고 겨우 출근을 했다. 나는 그의 학교로 찾아갈 수도 없었고 그가 내게 와주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날 밤 수척해진 얼굴을 한 그가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제가 아직 말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내가 묻기 전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제는 제 아들의 기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찾아왔던 거고요. 아직 서류상으로 정리를 못해서 별거를 하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

서류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말에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제주도에서의 사진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 건가요?"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했다.

 "사진을 올린 어머니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거기서 멈춰 달라고."

 "사진이 아이들 손에 들어갔다면 멈추지 않을 거예요. 수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제주도에선 희미하기만 했던 수지가 갑자기 크고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무슨 미련으로 아내와 서류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일까. 나는 수지 아빠와 서류 정리를 하고 얼마나 후련했던가. 내 안에서 그에 대한 의혹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와 나는 각각 따로 커피숍을 나왔다.


 수지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수지가 나와 대화하기를 거부했기에 친정 부모님이 수지를 설득해 양평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나는 전학서류를 떼기 위해 다시 그의 교실에 들러야 했다. 복도 끝에 있는 수지의 교실 아니 그의 교실로 가는 동안 바닥에 울리는 구두굽 소리가 내 마음에 까지 금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사진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그가 무언가 노력을 했음이 틀림없었다. 졸지에 유부남 선생님과 바람난 학부모가 되어버린 나는 그도 세상도 두려워졌다. 학교 안에선 그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교실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나왔다. 수지가 살던 집도 부동산에 내놓았다. 나는 수지를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회사 근처에 조그만 원룸을 얻을 생각이었다. 한참을 걸었을 때 뒤에서 그가 나를 부르며 따라오고 있었다. 이곳은 학교 앞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잡지 못하도록 급하게 택시를 잡아 탔다. 백미러로 뛰어 오고 있는 그가 보였다. 뒤돌아 보지 않았지만 이미 소금기둥이 되어 버린 것처럼 내 빰은 까슬거렸다. 갑작스러운 고백만큼이나 그는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점점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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