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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뜨리 조 Mar 30. 2016

소금사막의 밤 7

뜨거운 사막의 시간들

"엄마 이번 주 금요일이야"

 수지가 툭 던지 A4용지에는 공개수업을 알리는 문구가 보였다. 수지의 초등학교 마지막 공개수업이었다. 내가 그와 함께 할수록 수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달가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수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래. 학교에서 보자."

 금요일이 되자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학교로 향했다. 수지의 교실이 있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자꾸 가슴이 콩닥거렸다. 교실에선 이미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교실의 맨 뒤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는 벽에는 이미 학부모들이 기대어 수업을 관전하고 있었다. 뒤늦게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내게로 김영우 선생을 비롯한 학부모, 수지를 포함한 아이들이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져 왔다. 그는 짧은 동안 내게 눈을 맞추고 거두어 갔지만 나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잔뜩 상기되어 있던 나는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저 잠깐 만요."

막 교문을 나서려는 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강한 웨이브의 짧은 머리를 한 화장이 진한 여자였다.

 "혹시, 누구 어머니 신지?"

 화장이 진해서인지 표정을 읽기 힘든 여자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반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연락처를 물어왔다. 나는 연락처를 가르쳐 주고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입고 있던 코트를 벗으려는 데 전화가 걸려왔다. 반대표 엄마가 급하게 번개모임을 하겠다며 나오라고 종용을 했다. 나는 거절할 만한 말을 찾지 못했고 곧 중학교에 갈 수지를 위해 그 자리에 가야만 할 것 같아서 끌려가듯 나가고야 말았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수지를 괴롭혔다는 아이들 중 주동자인 아이의 엄마가 나와 있었다.

 "지난번 일 제대로 사과도 할 겸 제가 대표 엄마에게 수지 엄마 좀 꼭 불러 달라고 졸랐어요."

 "다 지난 일인걸요. 이미 사과도 받았고......"

 "저야 괜찮지만 수지가 걱정돼서요. 당했던 애들은 소문이 나서 중학교 가서도 계속 당할 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여자의 빈정거리는 말투에서 그 날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었음이 묻어났다. 갑자기 부아가 치밀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아, 제가 깜빡했는데 오늘 큰 집에 제사가 있어서요."

 나는 벗으려던 코트를 다시 챙겨 입었다.

 " 저, 잠깐만요."

 그때 그 엄마 옆에 있던 다른 엄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
 "혹시 얼마 전에 제주도에 가지 않았나요?"

 나는 반 엄마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귓불이 붉어지는 걸 들키기 싫어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피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나는 지난번 차를 마시기 위해 잠깐 들렀던 그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를 만나지 않으면 다스려질 것 같지 않게 마음이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집으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그의 동 앞을 서성거렸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차로 다가가면서 나는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차에서 그와 한 여자가 함께 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고 그와 여자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걸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허둥대느라 발을 여러 번 접질렸다. 나는 그의 전화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 날은 끝내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나보다 먼저 일어난 수지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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