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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Jul 13. 2016

감자

몰랐지..이렇게 뜨거운 줄은..

김도 덜 가신, 아직도 뜨거운 감자가 바튼 입김을 내뱉으며 옆자리에 동그랗게 앉아있다..


  푹푹 쪄대는 더위에 전기세 아까워 에어컨도 안 틀고 선풍기 하나만으로 버티고 계실 우리 엄마. 기력 떨어지실까 걱정이라 주문한 전복이 어젯밤 늦게서야 도착했다.


아침 수업 가기 전 후다닥 정신없이 엄마한테 들러서 전복 한 박스를 안겨드리며 아끼지 말고 회로도 드시고, 굽고, 쪄서도 드시고 삼계탕에도 넣어 드시라며 입으로만 종알종알 1분만에 만들어 렸다. 신발을 벗었던 찰라의 기억도 없이 제대로 안아 드리지도 못하고 나오는데..


우리엄마, 유한순 여사님은..


아직 가스렌지에서 뜸불도 끄지 않은 찜통속 쪄낸 감자를 아침도 못 챙겼을 거 뻔히 아셔서 운전하며 먹으라고 주섬주섬 담으시는데 딸년이 어찌나 후딱댔던지 맘만 더 급해서 집게를 쓸 틈도 없이 비닐봉지에 그 뜨거운 감자를 맨손으로 집어 담으셨다.


멀리로 멀리로 백미러 안에서 점점 작아지는 엄마는 큰길을 돌아 막내딸이 눈에서 사라질때까지 보든지 말든지 그저 열심히 손만 흔들고 계셨다.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에 보태서 번갯불에 콩튀기듯 통통거리며 다녀가는 딸을 배웅하며 그렇게 "내 엄마" 라는 선명한 이름표를 달고 오랫동안 서 계셨다. 


더운데 얼른 들어가시라고 속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갓길 주차된 차들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겨우 이차선 도로를  빠져나와서야 큰길로 접어들었다. 살이 포실하게 오르고 혀끝에서 아릿한 감자를 먹으려고 무턱대고 손을 뻗었다가  아직도 뜨거운 감자에 손끝이 화들짝 놀라 오그라들었다.


몰랐지..

이렇게 뜨거운 줄은..


몰랐지..

그렇게 뜨거웠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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