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왔다. 전기세가 아까워 이 삼복더위에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한대로 견디고 계실게 뻔해서 이른 아침 서둘러 시원한 백화점으로 모시고 나가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해가 질 때까지 함께 놀 생각이었었다.
지난겨울 아빠가 먼저 떠나시고 엄마는 덩치 큰 집을 덩그러니 앉아 혼자 지키면서 에어컨을 켠다는 건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은 생각까지 드신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덕분에 방학동안 틈틈이 모시고 나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며 입맛까지 잃으실까 봐 이것저것 챙겨드시게 하는 재미로 덩달아 나까지 바쁘게 젓가락질을 거들며 복실복실 살을 찌우고 있다.
그런데...세상에나 백화점은 그야말로 도심속 최고의 피서지였다. 지하 6층까지 내려가 뱅뱅돌면서 주차 할 곳을 찾아 내다가 그대로 올라가 봤자 멀미나게 사람 구경만 실컷 하면서 시끌벅적 하겠다 싶어서 도저히 엄마를 모시고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달팽이관 같은 주차장을 겨우 빠져나와 일단 근처 카페로 가서 한숨을 돌리며 여기저기를 검색했다. 차라리 벌집처럼 붕붕대는 곳을 훌쩍 벗어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길로 20분 거리의 공항으로 방향을 정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오늘은 제주에서 새로운 아침을 마주보고 서있다.
밤새 한몸으로 뒤섞여놓고는 동이 트자마자 내 생전 그래 본적 없다는 듯 어쩜 이리도 나, 너의 구분이 자를 대고 선을 그은 듯 쌀쌀맞게 명확할까?
나는 바다, 너는 하늘, 그리고 너는 육지.
제각각 서로를 낯설어할 다른 이름으로 산다.
그러면서도 그리움을 못 견뎌 서로 떨어지지는 못해서 손끝은 닿아있고 마주 서서 기대있고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그래서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은 결국 가족인가 보다.
밤이 되면 그래서 한 지붕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들고 함께 부둥켜안고 고단했을 하루를 내려놓고 쉴 수가 있나보다.
호텔에서 이른아침을 먹고 나서 하루하루 히마리가 없어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닷가로 내려왔다. 내가족, 우리가족, 사랑해서 못 견딜 서로를 가만히 보듬고 안는다. 점점 아래로 내려앉고 얊아지는 엄마의 허깨비 같은 어깨가 딸내미는 자꾸만 가엾다.
그저 눈물나게 고맙고 감사하다.
서로 핏줄이 땡긴다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눠지고 전해지는 숨쉬는 체온이..
"엄마, 딸과 엄마 사이는 전생에 반대로 엄마와 딸이었다네?..그래서 딸은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해 이번 생에선 엄마로 태어난거래. 엄마 다음 생에는 다시 내 딸로 와. 그럼 그땐 정말 잘 해줄게."
"아니야, 네가 다시 엄마 딸로 와. 그럼, 엄마가 더 잘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