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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Dec 28. 2016

듣고싶은 말..

말은 곧 내가 된다.

2016년이 이제  겨우 사흘 남았다.

문득 올 한해 난 얼마나 불필요하고 영양가 없고 무의미한 말들을 뱉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죄책감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아이들과 좋아하는 말, 기분 좋은 말을 적어보기로 했다.

하루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 매일 하게 되는 말은 다행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누구나 들으면 기분 좋은 말들이 많았다. 다행이다. 정말 감사할 일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달 또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돌아보니 내가 쓰는 말은 몇 가지가 전부였다.

잘했어.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참 좋다.

완벽하네.

행복하다.

너무 예쁘다.

멋지지 않니?

재밌다.

힘내.

고마워.

감사합니다.

다행이야.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그다지 많은 수식어를 동원한 말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말이라는 걸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말 하는게 날 지치게 해서 지겹고 싫증날 때가 있다. 말보다는 느낌을 믿을 때가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오랜시간 침묵하는 습관이 생겼다.


단지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아서 입을 닫아버린다. 말에 실망을 하고, 말에 상처받고, 끝없는 거짓말에 슬퍼지고, 오히려 말을 많이 할수록 관계는 더 공허해지고 더 신뢰할 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런 환경에서 생산되고 쏟아지는 언어들로부터 나를 꺼내주고 싶었고, 나를 더 좋은 곳에 데려다 놓고 싶었다.


올 한해 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힘이되고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말들을 하는데 진심을 다했을까? 나도 모르게, 또는 괜히 뾰족해져서 내 안에서 소화되지 못한 감정을 걸러내지 못한 채 날것 그대로 날카로운 말을 뱉어내진 않았을까?


내가 하는 말이 나의 하루가 되고 삶을 살아내는 태도가 된다. 오늘 하루도 나와 함께 해준 소중한 모두에게 혹여라도 내 말이 삼켜지지 않은 채로 목에 걸려서 불편하지 않기를..

그저 순하게 소화되어 함께 기쁘고 즐거웠던 날이 되길 바란다.

올 한해 남은 며칠은 아낌없이 서로에게 기쁘고 감사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다정하게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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