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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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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Oct 25. 2019

영어메일

여행의 시작 

작년이었다. 문득 일을 하다 까미노길에서 만났던 나타샤와 빅토가 또 간다고 했던것 같아 메일을 보냈다. '잘 지내세요?'로 시작하였고 '나타샤와 빅토가 보고 싶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 전해주세요'로 라는 말로 끝맺었다. 저녁 즈음 답장이 왔다. '빅토는 겨울을 위해 나무를 자르던 중 심장마비로 죽었어'로 시작되는 답장이 왔다. 

부고 소식을 읽어내는 것은 힘들다. 이름, 장소, 날짜뿐이지만 읽고 또 읽는다. 한국어로 쓰였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로 빅토의 부고 소식을 읽으려니 자꾸 멈춰졌다. 배웠던 영어 해석법대로 주어/동사/명사.. 를 나누며 읽으려니 문장은 엉켰고, 번역기에 돌리니 엉망이었다. 엉퀴고 엉망인 문장들을 겨우 읽고 메일 끝에 왔을 즈음 'Natasha and Vic'에서 'Natasha'만 남은 것이 보였다. 세상에 늘 있던 빅토가 사라졌음이 느껴졌고 몸이 떨렸고 눈물이 났다.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메일 안에서 순식간에 벌어졌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이미 끝났다. 


더 울고 싶었고 그저 슬펐지만, 일하는 중이었기에 눈물을 닦고 메일창을 내려놓았다. 조금 뒤 나타샤와 빅토를 아는 다운과 세문에게 소식을 전했고, 눈물이 사라질 무렵 메일을 다시 읽었다. 혹시나 잘못 읽은 게 있을까 싶어서 천천히 다시 읽던 중 새로운 글이 읽혔다. 


'All my love to you both and you are always welcome to stay with me if you ever come to Vancouver Island.'      


이 말은 여행을 되었다.





나타샤와 정,

Natasha and Jeong, 

2019년 9월 17일 -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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