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단계별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론
지난 금요일, 실장님과 24년 상반기 원온원 면담을 가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칭찬을 많이 받아 다소 의아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팀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서로의 결을 맞출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면담은 오랜만에 가슴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터널을 지나던 시기
올해 초는 제게 무척 힘든 시기였습니다. 저는 작년 말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팀을 강하게 독려하는 타입이었어요. 계약직 팀원들의 정규직 전환, 회사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몰 런칭 등 내외부 다양한 압박을 심하게 받았었죠. 무엇보다 회사 내 팀의 입지를 다지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팀원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저는 그걸 미처 파악하지도 못했고요. 사실 저희 팀은 Merchandise 기획 개발, 물류 및 유통, 브랜딩 전략, 글로벌 마케팅, 글로벌 Social 채널 등등 한 부서가 매우 많은 스펙트럼의 업무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팀의 인력은 타사의 40%도 채 미치지 못한 상황이에요.
결국 팀원들은 불만과 피로도가 매우 높았고, 이는 올해 초 원온원 면담 피드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고민의 시간
저는 거의 2주간 가급적 혼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식사도 거의 혼자서 먹거나 거르며 자리에서, 복도에서, 회의실에서 끊임없이 방안을 고민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팀원들은 제가 피드백을 듣고 화가 났다고 오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 저는 오히려 머리를 차분히 식히고 그저 해결책을 찾는데 온통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부산에서 서울 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다.
이내 실장님과 면담을 가졌고, 많은 고민을 거쳐 팀 매니지먼트의 개선방안을 고안했습니다. 면담 시 실장님의 멘트 한마디가 제 가슴에 훅 들어왔어요. 그 한마디에 큰 영감을 받아 개선안을 생각해 낼 수 있었습니다.
"팀장님의 최종 목표나 방향성은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팀 현재 상황을 직시하는 것도 리드에게 필수입니다. 부산에서 당장 한순간에 서울로 가는 법은 없으니까요 아직은. 사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거점들을 단계적으로 설정해서 가는 경로마다 단기적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필요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씀이었습니다. 실상 저는 중장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팀을 독려했으나,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현 상황과 능력, 그리고 개개인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죠. 성과를 팀원보다 우선시했던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하여 내린 결론은, 지금 이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서울로 가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 아니라, '팀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이었어요. 이 시점 이후 팀 관리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변화의 시작
팀 관리의 개선안은 크게 4가지로 구상했습니다.
1. 중장기 비전과 방향성 설정 : '서울'을 명확히 설정하되, 가는 여정을 단계별로 설정
2. 팀원별 단기 목표 및 달성 방법 설정 : '서울'을 가기 위한 각자의 how to, what to 설정
3. 팀원 각자의 최우선 핵심 목표 1개 : 24년 핵심 과업 1개를 설정, 우선순위 설정
4. "성과보다 팀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에 기반한 소통 : 성과 달성보다 팀원을 최우선
4가지 방안을 설정 후, 기존의 리드 스타일을 180도 바꾸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계속 되뇌고 매일 복기를 하는 과정을 7개월여 진행한 결과 팀 분위기와 성과는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팀원 전원이 각자의 올해 핵심 성과 목표를 70% 이상 달성
업무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감소
계약직 팀원 3명을 1년 반 만에 모두 정규직 전환
이런 성과와 개선을 이끌어낸 후 2분기 원온원 면담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저 또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실무적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전반적인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어요.
그래서 What's next?
당연히 팀의 모든 문제가 다 깔끔하게 해결된 건 아닙니다. 사실 완벽한 팀이란 존재하지 않겠죠. 다만 우리 팀은 적어도 "어제보다 더 나은 우리'가 되고자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MZ 세대라는 프레임, 조용한 퇴사, 구조조정 등 어느 조직이건 여러 압박들이 있습니다. 어느 회사, 어느 팀장이나 매일을 새로운 고민들이 생기길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팀장이니까, 감내할 몫이라고 봅니다.
어느 셀럽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었죠. "대체 얼마나 잘되려고 지금 이렇게 힘든 거냐"라고.
"Just Do It"으로 이 모든 고뇌, 시행착오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며 우리 팀은 확실히 성장해 왔고, 지금 이 순간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 팀, 우리 사업 얼마나 잘 되는지 한번 두고 보려고요. 내년 이맘때쯤에는 지금 이 글을 회고하며, 또 다른 성장 경험을 얘기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의 팀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성장하고 있나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