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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Apr 08. 2016

혼자서도 괜찮나 '봄'

온천천 시민공원과 온천천 카페거리

나는 혼자의 시간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쇼핑하기, 혼자 여행 가기 등 꽤나 많은 일을 혼자서도 잘하는 편이다. 


직장 때문에 오게 된 부산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혼자인 적이 꽤 많았다. 하지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어쩔 수 없이 혼자라는 것이 문득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없을 때, 몸이 아플 때 그 외로움은 크게 다가왔다. 


퇴사 후 부산에 다시 내려와서 지내는 시간 동안은 혼자라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가족과 친구들 가까이로 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회사를 다닐 때처럼 힘들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날씨가 좋았던 화요일 오후 나는 지하철을 타고 온천천에 가기로 했다. 온천천 주변에 예쁜 카페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온천천에 가기로 마음먹고 검색을 하고서야 그곳이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다녀온 다음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동래역 주변 벚꽃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천천을 갈 때는 온천장역이 아닌 동래역에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래역에 내려 개찰구를 통과하니 역무원 아저씨가 서계신다. 무작정 벚꽃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여쭤보니 4번 출구 옆의 계단으로 내려가서 직진하라고 얘기해주신다.


온천천에서 만난 오리

서울에 있을 때는 주말에 집 주변에 있는 성북천에서 산책하는 것이 낙이었는데, 온천천을 보니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난다. 물론 온천천이 훨씬 더 크고 멋지다. 벚꽃만 있을 줄 알았던 온천천에서 유채꽃과 청보리도 만날 수 있었다. 




구름 없는 푸른빛의 하늘이 벚꽃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정신없이 사진에 풍경을 담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강렬한 햇볕에 조금은 더운 날씨까지 어우러지자 이제 진짜 봄이 온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기다리던 '봄' 말이다. 

어쩌면 다시 누리기 힘들 여유를 누리는 시간, 마음껏 행복해하기로 했다.



동래역에서 30분 넘게 걸었을까, 왼쪽 편으로 카페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슬슬 허기도 지고 목이 말라오는데, 마침 핸드폰도 배터리가 다 되어 전원이 꺼졌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와 크레이프 케이크를 주문하고, 핸드폰 충전을 맡겼다. 


핸드폰이 없으니 그제야 가방 안에 매일 들고만 다니던 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책 제목은 「백 걸음의 여행」,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잠시 인도에서 런던까지의 여행을 함께 했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온천천 위로 노을이 져있었다. 해가 지니 현저하게 싸늘해진 날씨에 코트 단추를 채우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에게 오늘 찍은 온천천의 봄을 전송했다. 


금세 전화가 걸려와 "혼자 보기 아까웠겠다." 하는 엄마의 말에 "응, 나 지금 집에 가는 중이야." 하고 동문서답을 한다. 온천천의 봄을 만끽하는 동안은 내가 혼자라는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고, 그 사실에 조금은 찔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서도 괜찮은 봄날이 또 하루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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