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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Jul 26. 2016

엄마와 딸, 가깝고도 먼 거리.

엄마의 엄마, 엄마와 나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우리가 친구였다면 아마 나는 엄마와 친구가 되지 않았을거야.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분명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엄마와 20년이 넘게 한 집에 살았는데 우린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엄마와 어른이 된 나는 이틀 이상 붙어있게 되면 어김없이 한차례 다투고 만다.


내가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놓지 않거나, 방에서 나올때 깜빡 잊고 불을 끄지 않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엄마의 지적으로 발발된 싸움은 결국 왜 내 얘기를 왜 귀담아 들어주지 않느냐는 나의 하소연으로 끝이 난다.


싸움이 시작되면 오랜 시간 쌓여온 해묵은, 그러나 결국 극복되지 못할, 불만들과 서로에 대한 편견이 터져나오면서 결국 도화선이 된 사소한 문제따위는 뒷전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섭섭한 마음이 터져나와 며칠을 미워할 것 같아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누구의 사과없이도 그렇게 우린 함께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어떤 부분은 이해되기를 포기하고 어떤 부분은 이해하기를 포기하며 침묵으로 인한 평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포기가 쉽게 되지않는다. 서로에게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일까. 관계에서의 섭섭함이 어느때보다 크게 다가온다.


엄마는 내가 어렵다 했고, 나는 엄마가 날 조종하려 하는 것 같다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런 갈등없는 모녀관계는 환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선택으로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세대차를 극복(나의 경우는 30년이다.)해야 하고, 동성임에도 서로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오랜시간 서로를 관찰하며 생긴 편견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너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단정지음으로써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된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함께 지내도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잘모르고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배워간다.


엄마의 엄마는 딸에게 세심하거나 살가운 엄마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자신을 챙겨주고 보살펴줄 엄마가 있었으면 했다고. 엄마는 그런 엄마를 가지고 싶다는 바람은 이루지 못했지만 자신이 그런 엄마가 되기를 택했다.


문제는 엄마와 나의 성격이 매우 달라서 내가 매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었다.


언젠가 엄마는 어렸을때부터 무언가를 조르지 않는 내가 서운하다했다. 나는 나대로 엄마의 힘든 사정을 알면서도 조를수가 없었다고 했다.


사실 나의 독립적인 성격은 어느정도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유년기 상황에 의해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고 볼수 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때문에 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스스로 숙제를 하고, 준비물을 준비해 가는 것에 익숙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하는 학교 행사 공문을 받아도 부모님이 오시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보여드리지도 않고 불참에 동그라미를 한 다음 엄마 싸인을 흉내내어 제출하곤 했다.


그렇게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엄마가 일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조금씩 내 영역을 엄마가 침범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나에게 더 신경을 쓰고자 했던 엄마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고 상의하는 살가운 딸이 되지 못했던 것은 "내가 필요할때 내 옆에 없었으면서 이제와서 왜?"라는 치기어린 마음도 얼마쯤은 섞여있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이번 여름휴가를 같이 가자했다.

말을 뱉고나서 내 무덤을 내가 파는건가 하는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는 난 너랑 가는거 별로야. 하면서도 낯빛이 밝다.

우린 여행지에서 다투게될거다. 어쩌면 준비과정부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여행에서 묻어뒀던 서운함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할테다.


그래도 언제 그랬냐는듯 손을 잡을테고, 함께 웃을거다. 우리가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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