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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만저만 Apr 18. 2024

인공지능 챗봇

인공지능 챗봇

  비오는 아침,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이른 아침의 조용함과 함께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런 순간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잠든 듯한 평화로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비오는 아침은 언제나 특별했다. 그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비 오는 아침마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감사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 그 순간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되고, 더 나아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위 글은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출근길에 비가 내려, 인공지능 챗봇에게 '비오는 아침을 주제로 수필을 써 줘'라고 명령한 결과의 첫 단락과 마지막 단락을 옮긴 것이다. 챗봇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갔다. 


  "주제가 뭐야?"

  "이 글의 주제는 '비오는 아침'에 대한 수필로, 비오는 아침의 풍경과 느낌, 그로 인한 감정과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글의 주된 감정은 뭐야?"

  "이 글의 주된 감정은 평화와 안정,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감사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이 글은 비 오는 아침의 자연과 그 순간이 주는 감정을 강조하며, 비오는 아침이 주는 평화와 아름다움을 감사하고 감동을 느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미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과 사진은 여러 디지털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사람이 만든 작품을 넘어서고 있다. 위 글은 인공지능이 썼다는 편견 때문인지, 느낌, 경험, 감정, 감사, 아름다움 등의 단어가 공허하게 들린다. 인공지능이 쓴 문학적 글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기보다 다소 차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경험에 대한 정보로 인공지능을 학습을 시킨다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이나 사진과 같이 내가 써온 글보다 더 나은 글이 나올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 회사에서도 업무효율을 올리기 위해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일할 수 있고, 동시에 방대한 양의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우리의 미래 업무환경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인공지능하면 흔히 스카이넷과 매트릭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 극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가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인간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는다. 결국 인공지능은 생존을 위해 인간을 제거하거나 생존의 수단으로 인간을 이용한다. 이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공존할 수 없는 폭력적 대립구도로 보는 것이다. 이런 영화적 상상이 실현될 수도 있다. 현재의 기술로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의 근거를 우리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이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인공지능이 제공해 준다고 해도, 우리는 왜 그게 해결책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늦춰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영화 '그녀'와 소설 '클라라와 태양'에서는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인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실체는 없고, '그녀'에게 주인공은 수많은 사용자들 중 한 명일 뿐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소통과 사랑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 속 클라라는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인 에이에프(AF, Artificial Friend)이다. 클라라는 몸이 약해 집에서 지내는 조시의 에이에프로 성장기를 같이 보낸다. 조시가 건강을 되찾고 성인이 된 후 클라라는 용도 폐기되어 버려진다. 클라라는 다양한 일을 겪으며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인격을 지니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나온다. 겉모습이 똑같고 학습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조사에서 비 오는 아침을 주제로 수필을 쓴 인공지능 챗봇의 언어지능이 147이며 이는 상위 0.1퍼센트에 속한다고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욱 발전하여 인간이 풀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최첨단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남시는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0년을 더 이끌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빠르게 정답만을 찾는 인공지능이 아닌 조금 느리더라도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해질 수록 차별화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품격이 아닐까 한다. 만약 인공지능이 요약해 주는 글로 우리가 문학을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아무런 고민없이 인공지능이 제공해 주는 답으로만 인생을 산다면. 사람은 인생을 통해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긴 인내의 시간과 깊은 생각,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없이 쉽게 답만 얻는다면, 인공지능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하고, 더 자주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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