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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31. 2022

#아지트의 의미

그런 곳이 있다. 

자주 가고 싶은 곳, 찾고 싶은 곳. 생각나는 곳.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주말에는 그래도 바람도 쐬러 나갔는데, 제약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러기도 쉽지 않아 졌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아파트 뒷산에 오르기.

20분도 안 걸리는 딱 좋은 높이, 매일 시멘트를 밟고 사는데 흙을 모처럼 밟는 느낌은 사뭇 편안해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 하늘, 구름. 

종종 머릿속이 과열되어 스위치를 OFF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것의 가장 빠른 방법은 있는 자리를 바꿔보는 것이 제일 나았다. 

보는 풍경이 바뀌면 익숙한 생각들도  다르게 보이는 공간의 힘이랄까. 

이유 불문하고 그냥 걷는다. 걷고 싶어서. 

그렇게 걷다가 딱 좋은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그저 앉아서 자연을 느끼기에 좋은 자리였다. 

처음 그곳에 가고 나서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말했다. "다시 오자"

그 공간이 마치 비밀의 정원 같은 느낌이었다. 



'어? 이럴 수가 그 사이 바뀌었네?'

이 말을 얼마나 했을까 싶다. 특별한 날에만 가는 스테이크 집을 아이들 성화에 얼마 전 들렸다. 나도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몇천 명 나오는 속에서 밥을 먹으러 가기는 모험이지 않은가. 근처에서 볼 일을 보고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들렸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따뜻하던 불빛, 커다란 곰돌이 인형, 흘러나오던 음악. 그 포근하던 식당이 권투장으로 바뀌었다. 뭔가 극과 극으로 바뀐 가게의 모습은 놀라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코로나로 버티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단골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는 길, 밥을 못 먹은 것은 둘째치고 마음이 헛헛해졌다. 크리스마스도, 생일도, 기념일에도 아껴두고 갔던 곳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 대한 기억은 핸드폰에 저장된 몇 장의 사진들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마음이 가는 공간이 사라져 버린 것은 최근 일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한참 어렸을 때 육아가 버거울 적이면 내가 좋아하는 피자집을 남편이 자주 데리고 가줬다. 가는 날을 기다리는 재미는 컸다.

육아의 고충이 음식의 힘으로도 넘어가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문턱에 오래 발자국을 새겨놓았건만 어느 날 그 집도 사라졌다.

그때도 우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럴 수가"

왜 이렇게 바뀌는 것들이 많은 것일까.

아이들은 추억이 사라졌다고 나만큼이나 아쉬워했지만, 그날 이후로 피자집을 가는 것은 점점 뜸해졌다.  


가고 싶은 곳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쉬움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날을 기다리며 갔던 시간, 좋아하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 그 공간에서 나누었던 말과 눈빛, 다정했던 날들의 추억 들이었겠지. 

늘 언제라도 가면 있을 거라는 생각들도 더해서. 


그날, 배고픈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잘 가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가게들이 눈에 보였다.'저기는 오래도록 저곳에 있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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