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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y 02. 2024

돈이 안 되는 일인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일을  그만둔다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미친 척 한 달가량 발리여행을 지르면서 수없이 '내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잘 다녀오라 하셨지만 양가부모님조차 일 그만두고 여행 가면 어떡하냐며 마흔 넘은 내 결정을... 반 백 살이 넘은 남편의 결정을 한심하게 생각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왔고 아버님께선 나로 인해 가정이 파탄이 났다고 하셨다.


나 때문일까...

정말 내가 문제인 걸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한 것은 이 사람과의 결혼이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부터 빚도 생기고 나이 많은 남편이 언젠가는 나보다 먼저 경제활동을 못할 것 같아 더 열심히 살아야 했고 남편도 그동안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 나와 살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더 행복해지길 바랐다.


그런데 내가 가정을 파탄 냈다니...


남편은 항상


"너  마음대로 해."

"너 하고 싶은 것  해."

"좀 쉬어도  돼."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


라며 응원해 줬는데 사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항상 "안돼! 그건 돈이 안 되는 일이야.", "빨리 돈 벌어."라는 말을 듣고 살던 나였기에


'저런 말은  누가  못 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내가 좀 더 악착같이 살면 남편이나 아이가 편히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가끔씩 여유를 갖는 남편 때문에 경제적 불안감으로 숨 쉬지 못할 정도의 고통도 느꼈지만 그도 겉으로 표현을 못했을 뿐 나처럼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았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상태임에도 어머님 편을 들며 며느리를 내모는 아버님 모습에 나는 남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머님 눈에는 형편없는 아버님이셨지만 내 눈에는 항상 와이프를 조용히 챙기던 아버님...


내가 이 사람과 살 수 있는 이유는 그나마 아버님을 닮아서이다... 표현 서툰 남편이지만 내게 조용히, 가끔은 말을 통해 응원해 줬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릴 적에 하지 못한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무료 강의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지만 남편이 금전적으로 지원도 해줘서 또 다른 직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에 꼼지락거리며 글을 올리고 있다.


비록 돈이 안된다 부모님께서 말렸지만...  나 홀로 끄적이는 글이라 사람들은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끔 생각나면 썼던 글을 발리여행기를 시작으로 이제는 연재라는 것도 해보고, 길고양이인 망고 입양을 통해 겪고 있는 일들도 연재하고 있다.


그냥 그렇게 쓰고 있었는데...

나의  첫 독자인 남편이 응원해 주더니(남편과 아이말고는 글쓰는 걸 비밀로 했다) 오늘은 두 분이나 응원한다며 소중한 금액을 보내주셨다. 하도  돈 안된다고 들었기도 했고 중간에 드라마 작가 교육원 다니며 좌절도 하며 가정 파탄 냈다는 소리도 들었기에 잠시 나의 삶을 잊고자 쓴 그냥 나의 일기장 같은 기록들인데 응원해 주시는 것을 보고 눈물이 왈칵 났다.


브런치 인기 글에 우리 망고가 보였어요. ^^


내 삶을 살아가기만도 벅차고 아직도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마흔 살이 넘어 사춘기  겪는 한  사람으로 멋들어진 글은 아니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여러모로 감사드린다.


글쓸 때 함께 해주는 망고예요. 잘쓰고 있는지 검수도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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