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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ug 26. 2020

글 쓰는 것은, 늘

참 오랜만에 글을 쓴다.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많았다. 일과 휴식의 반복이었고 때때로 기분전환이 필요한 순간엔, 마음에 글이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 나에게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잘 다듬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듯한 사람이길 원하는 것처럼 때로는 나의 글을 읽을 때 따듯함이 느껴져야 한다. 불합리한 것에 적대적인 마음을 드러낼 때는 차갑고 논리적이며 냉정한 시선을 끌어내야 한다. 살아온 삶의 경험들을 이야기할 때는 꼰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무심함이 필요하며, 그 무심함 속에 정과, 또 나만의 철학과 세상의 진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절대로 글은 쉽게 쓰여서는 안 된다. 아니 글자로 형상화되는 과정은 쉬울 수 있으나 그 글이 문자로 표현되기까지, 겪었을 삶의 여러 경험들은 절대로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우스워 보여도 내 글은 절대로 우스운 것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겉모습이나 찰나의 판단으로 나를 폄하할 순 있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의 경험과 생각이 응축된 나의 글은 존중받고 싶다. 그래서 쉽게 쓰지 못한다. 


잠깐잠깐 쉬어가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쓰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은 그렇게 하나하나 조심스럽다. 독자라는 불특정 다수의 면접관 앞에 선 후보 1번이기도 하고,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나의 모든 매력을 끌어내는 자리 같기도 하며, 임종의 때에 울려 퍼지는 서늘한 노래를 듣는 불편한 시간 같기도 하다. 그래서 때때로 나만 볼 수 있는 글을 쓴다. 그 글은 평가되지 않으니까. 나만 평가하지 않으면 되니까. 아직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글쟁이는 아니지만 나에게 글은 늘 그랬다. 혹 인기를 얻어 글을 마주하는 순간이 전혀 겸손하지 못할 때가 올까? 어쨌든 배고픈 지금의 나에게 글은,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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