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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pr 12. 2021

편의점의 모든 것#6

어떤 알바를 구하면 좋을까?

카페에 앉아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오기로 한 사람들이 다 모여서 밥을 먹으려고 출발하려던 차에 문자가 왔다. ‘죄송합니다.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문자의 주인의 출근 시간은 오후 6시였고 문자가 온 시간은 오후 6시 1분이었다. 그리고 그 알바와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손님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하는데 사흘 밤낮이 걸린다면, 알바에 대한 이야기는 딱 그 절반 정도 된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알바 구인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알바를 고용하면 좋은 지, 그리고 알바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알바를 구하는 것은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내가 알바를 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어머니는 주로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바를 구하지만 나는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린다. 장단점이 있다.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인 만큼 확실한 알바를 구할 확률이 높은 반면 지원자가 적다. 반대로 구인 사이트에서 고용할 때는 지원자는 많지만 만족할 만한 알바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지금까지 면접을 본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인식이, 편의점은 가장 만만한 알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오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편의점은 만만하다. 스펙이 필요 없다. 미성년자만 아니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미성년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것은 로또복권 때문이다. 로또복권은 미성년자가 구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것도 불가하다.) 시작하기 쉽다는 말은 요구되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적다는 것이지 일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 고용할 때부터 이 일은 엄청나게 고단하며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점주만이 할 수 있는 소수의 일을 빼고 모든 일을 설명한다. ‘편의점은 만만하지 않아!’ 그리고 ‘이건 내 인생을 갈아 넣은 생업이야!’라고 호소한다. 누군가에겐 이 일이 먹고사는 일이라는 점을 알려주며 적어도 내가 지불하는 돈만큼의 노동을 책임감을 가지고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수습기간은 참 가학적인 제도일 수 있지만 고용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습기간을 그리 길게 두지 않는다. 딱 세 번 정도 일해보면 고용자도, 노동자도 답이 나온다. 고용자는 이 사람이 오래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 돈을 받고 할 만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 기간마저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고용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정말 힘든 일이라고 하면서 이런이런 일을 한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일을 설명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정말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수습기간을 지나 계속 일을 하게 되면 수습기간에 한 일도 정식 노동시간으로 취급하고 인건비를 지급해준다. 스스로를 악덕 고용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수습기간은 고용자에게 괜찮은 알바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수습기간에 거를 수 있는 알바는 다음과 같다. 물건을 훔치는 알바, 돈을 훔치는 알바,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상품을 숨겨놓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기가 먹거나 가져가는 알바, 행사상품(2+1, 1+1등)을 고객에게 주지 않고 본인이 챙기는 알바, 야간에 가게 문을 잠그고 자는 알바, 8시간 동안 카운터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알바, 친구들을 데려와 파티를 하는 알바, 출근 시간을 어기는 알바, 출근하지 않는 알바, 손님에게 인사를 비롯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알바 등이 있다. 물건이나 돈을 훔칠 작정을 하고 자신의 속내를 숨기면서까지 일을 열심히 하는 알바는 거르기 힘들겠지만, 수습기간에 책임감과 성실함, 인사성이 밝은지, 기타 본인이 생각하는 알바에게 꼭 필요한 소양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알바로부터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알바가, 요구하는 모든 일을 척척 잘하면 좋겠지만 그런 알바는 정말로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때 별로 일이 조금씩 다른 특성을 이용하면 좋다. 야간에 장사가 잘 되는 점포가 있고, 주간에, 오후에, 저녁에 각각 장사가 잘 되는 점포가 있다. 모든 시간이 장사가 다 잘 돼서 어떤 시간은 알바를 두 명 고용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점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점포는 야간에 할 일이 많다. 야간에 상품의 유동 기한을 점검하고 상품을 진열한다. 상품을 진열할 때 새로운 상품이 왔다면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상품을 진열한다. 진열대의 가장 윗자리는 먼지가 잘 쌓이기 때문에 물건을 드러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야간엔 비교적 손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주간이나 저녁에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한다. 하루 장사 준비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간에 일을 해놓지 않으면 하루 장사가 고단하다. 하지만 일을 설명하는 것 자체는 야간이 편하다. 나는 알바를 구할 때 가장 먼저 이런 설명을 한다. ‘나는 내가 설명하고 요구할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알바는 자신의 노동력을 내가 제시한 만큼의 재화에 파는 것이다. 감정적일 이유가 없다.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력에 비해 재화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쉽게 말해 일하는 것에 비해 받는 돈이 적다고 생각되면 그런 이유로 일을 더 이상 하기 힘들다고 고용자에게 말하면 된다. 반대로 고용인은 지불하는 재화만큼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시킨 일을 다 하지 못하면 그런 연유로 당신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된다.’고 말이다. 야간에 설명할 일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객을 자주 하는 시간대의 알바를 구할 때는 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감정노동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일을 설명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주관적이며 융통성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물리적인 일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잘하는 사람은 야간에 배치하는 편이고(야간에 고용하는 사람은 이런 것을 덕목으로 보고) 손님이 많은 주간, 저녁에는 인사성이 밝고 심성이 착한 알바를 배치한다(주간에는 그런 알바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내가(주인이) 손님이 많은 낮에 근무하는 이유는 이전 편에서 말한 서비스의 질 때문이다. 손님이 오는 시간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성실하고 착한 알바라도 주인의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제휴업체(담배회사, 주류회사 등) 영업사원과 CU슈퍼바이저가 주 1회 정도 점포에 들러 이런저런 상품과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알바에게 전달받아서는 꼼꼼하게 점검하기 어렵다. 주인은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시간을 알바를 쓰기에 충분히 점포의 매출이 많아도) 정말 인사성이 밝아서 접객에 능한 알바가 아니라면,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에는 주인이 직접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으나 오랫동안 신뢰를 가지고 함께 일한 알바는 40대 전후의 경력단절 여성, 주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체로 비교적 꼼꼼하고 절실했으며 책임감이 있었다. 반대로 남녀를 불문하고 담배를 피우는 20대 초반의 알바가 가장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 만족도는 고용자와 사용자 모두가 그랬다. 물론 역대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알바가 24살 휴학생 남자였다는 예외도 있다.


알바는 조금 비약하면 동업자 즈음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주인의 심리적 편안함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많은 알바를 고용 할바에야 하루에 4시간 자더라도 내가 일하는 것이 훨씬 낫더라. 조금 오래 걸리고 육체적으로 고단하더라도 믿을만한 알바를 구하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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