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전북 군산으로 귀촌한 지 7년 차.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꽤 낭만적인 소망을 품고 시골에 내려왔다.
자연농, 우리밀 천연발효빵, 홈스쿨링, 글쓰기 등 생산자에 걸맞은 이름표들을 수집하고 있다.
아직은 어떤 이름표도 확실하게 따낸 것이 없다.
확신도 없다.
삶은 과정의 연속일 뿐이라며 따내지 못한 이름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도시로 떠날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생산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시골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는 이유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낭만을 찾아낼 수 있는 틈이 많이 보여서다.
시골에서 먹고사는 일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었고 그래서 결국 주말부부를 선택했지만, 의외로 우린 주말부부가 체질이었고 연애하는듯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게 시골의 현실이었지만, 아이들과 목가적 홈스쿨 생활을 하며 일상을 여행처럼 누린다.
자급자족은 턱도 없는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빵을 굽고 야생초를 채집하며 아주 작은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지만, 그럼에도 낭만적인 면들이 꾸역꾸역 찾아진다.
# 깃털 같은 낭만 기록
왜 자연농인가?
왜 우리밀 이어야 하는가?
왜 공교육 체제에서 스스로 멀어지려 하는가?
내가 이곳에서 해나가려는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안에 그럴듯한 답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느 때부터인가 무슨 답이 필요한가 싶어졌다.
그저 흐름일 뿐이고 지금 이 순간에 맞다고 느껴지는 것을 할 뿐이다.
나의 40대는 비장하고 싶지 않음이 전반에 깔려있다.
그래서 결국 전문가가 되지 못했고 나의 기록들은 계속 가벼워져 간다.
앞으로도 전문가는 되지 못할 것 같다.
삶의 흐름을 담백하고 무덤덤하게 기록해 나가는 것이 내 최고의 결과물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