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고 있진 않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참 많이 듣는 얘기죠.
그런데...
도대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 사람,
혹은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싶은 일을 하란 말, 좋긴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쓸모없는 시간처럼 여겨집니다. 갈수록 스트레스는 커지고 나한테 화가 나고, 하루하루가 지옥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요? 불과 몇 년 전까지, 제가 그랬거든요.
다니기 싫은 회사를 퇴사 준비하며 꾸역꾸역 다녀보기도 했고, 잘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 적도 있어요. 솔직히 당시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의미 있는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전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했을 거예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던 그 괴로웠던 시간이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하기 싫은 일마다 참지 않고 다 피하기만 하면, 결국 하기 싫은 일만 하게 됩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시간,
낭비가 아닌 이유
저는 한때 회사에서 글을 쓰는 업무를 했어요. 원래 입사할 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글들을 썼고, 자판기처럼 누르면 줄줄이 글을 쏟아냈어요.
퇴근 준비를 하다가도 어떤 이슈가 터지면 당장 글을 써야 했고, 팀장, 부서장, 대표 모두가 퇴근도 못하고 글을 쓰는 제 뒤통수만 바라보며 기다렸어요. 쓰면 피드백, 수정하고 또 피드백을 무한 반복. 새벽이 돼서야 끝날 때도 많아서 2-3시간만 자고 다시 출근하거나, 아예 회사 휴게실에서 잔 적도 있고요.
주로 내 생각이 담기지 않는, 상사, 회사 입장의 글들을 썼는데, 누군가에겐 매우 보람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저는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하고, 그 긴장감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게 확실했죠.
내가 글을 쓰며 살 것도 아닌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일을 그만 둘까, 고민했지만 당장 그만둘 상황이 안 돼 2년이 훌쩍 넘게 다니고 그만뒀습니다.
또 글을 썼습니다. 퇴사한 그 해에 제 책을 출간했어요.
퇴사할 때 계획했던 것들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 결국은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 글을 쓰는 일을 하며 다른 길이 열린 거죠. 근데 내 책을 쓸 땐 회사에서 글을 쓸 때와는 달랐어요. 재밌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보람 있었어요. 회사에 다닐 땐 누군가의 말을 대신 글로 썼지만, 책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거니까.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참고하지 않았다면, 저는 제 책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툭 치면 바로 꺼내놓을 정도로 많이,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쓰다 보니, 뭐든 쓸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글을 막 잘~ 쓴다는 게 아니라, 읽는 분들이 편하게 읽히게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성과가 있으려면 버티는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회사 생활에서 나왔어요.
회사 밖으로 나올 때 계획한 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두 권의 책을 썼고 제게 맞는 콘텐츠를 만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한 결과 지금은 강사가 됐습니다. 지금은 일상에서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컬러 테라피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지만, 강사인 제게 남과 다른 저만의 차별화 포인트,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컬러 심리와 관련된 글이나 책을 쓸 수도 있고, 콘텐츠나 강의안을 만들 때 역시 기본은 글로 표현하고 구성하는 능력이 꽤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거든요.
어떤 분야에서 차별화된 능력과 기술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그 분야를 깊이 있게 파서 최고가 되는 것, 두 번째는 그 분야에서 깊이를 갖되 남다른 분야를 접목해 나마의 색깔을 만드는 것.
첫 번째 방법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두 번째 방법은 갈수록 점점 더 나만의 색깔을 더해가면서 남다르게 브랜딩 해나갈 수 있어요.
때론 하기 싫은 일을 과감히 그만둘 용기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단 견디며, 누군가 쿡 찌르면 뚝딱 결과물을 만들어낼 정도로 하기 싫은 일이 몸에 익게 만들어 보세요. 분명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평생 써먹을만한 나만의 무기가 되어줄 거예요.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만한 상황이 못 된다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몰라서 그냥 눈앞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고 해서, 너무 우울해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나만의 기술을 연마하고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