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날씨가 부쩍 추워진 것을 느낀다. 급작스럽게 겨울이 다가온 거 같아 아쉽기도 하고 분명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낮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더웠던 것 같은데 날씨도 사람 마음처럼 이렇게 휙 뒤집히듯 변해버릴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책상을 뒤적거리다 어렸을 때 모아두었던 편지와 책, 사진을 발견했다.
내가 정말 많이도 좋아했었던 것 '같은' 것들. 지금은 구깃구깃하고, 먼지도 묻어있고,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사실 내가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았을 것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좋아했었던 것'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그 간절한 마음이 예전처럼 떠오르지가 않았다.
뭔가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어느 한편이 아릿했다.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했던 것들인데 그 마음을 다시 느껴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잃어버린 마음에 대한 그리움일까.
다시 한번 기억해보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아꼈었는지, 생각했는지.
'아 이것 없이는 못 살겠다. 이거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내 삶에서 이걸 놓을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지금은 내가 좋아했었던 것에 대한 감정이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음에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 잔인하게도 느껴졌다.
내가 정말 좋아했었던 걸까 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엇 때문에 이 감정이 정리되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서서히 관심이 식고, 감정도 식고, 뜨거운 재마저 남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을 보면.
이렇게 감정이란 게 아무렇지도 않게 날아가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감정을 쉽게 쉽게 버리는 걸까.
이런 책이나 편지 같은 흔적마저 없어지면 너무 서글플 것 같아 다시 나는 버리지 않고 구석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