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혜인 Feb 15. 2017

혼자 하는 사랑


사랑은 주고받는 것일까?  

주고받는 사랑은 더없이 이상적인 형태의 사랑이겠지만   

주기만 하는 것도 , 받기만 하는 것도 사랑의 형태 중 하나인 것 같다.  

완벽한 형태는 아니겠지만..  

아니, 굳이 사랑에 완벽한 형태가 있을는지 싶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좋고 행복하다면 그 사랑은 완벽하겠지. 한쪽이 더 많이 주기만 하고 , 또는 받기만 한다면 사랑의 무게는 다르지만 그것에 대한 무게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란 건 굉장히 개별적이고, 그저 그 사람에게 달려있는 형태인 것 같다.



    

그중 주기만 하는 사랑은 참 위태로운 것 같다.  


짝사랑은 외롭고 , 불완전하고, 위태롭다.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랑이고, 마음이 그 사람을 항상 향하여 있되, 또 너무 많은 사랑을   

품어버리면 나 자신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지쳐버리고

사랑으로 시작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우울함, 분노, 뭔지 모르겠는 착잡함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감정의 곡예를 맛보게 된다.   


사람이라면 짝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대와 욕심이 생기는 순간 짝사랑은 끝이 나기 때문에.

무언가 받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것이라도 해줌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그 순간순간 당신으로 채워진 나의 머릿속, 당신에 대한 설렘들.

모두 사랑이고 나의 아픈 행복이지만 여기에 나의 욕심이 조금 더 가미되는 순간 변질되고, 기다림은 외로움이 되어버린다.   

사람이라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짝사랑은 영원할 수는 없다.   

행복하게 끝나면 좋겠지만 어쩐지 짝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도, 포기도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담아두었던 마음을 고이고이 접어, 아니 잘 접히지도 않는 반듯하고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접듯 꾹꾹 눌러 한번 접고 또 한 번 접어 들어가지도 않는 마음 서랍 저 한편에 욱여놓고, 절대 열어보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서랍을 닫아버린다. 그러다 또 생각이 나서 그전에 했던 다짐은 애써 무시하고,

다시 한번 열어보고 마음이 무너질 때쯤 또다시 열어보고   

접었다 폈다 수없이 반복해서 너덜너덜 해진 이제 접히기는 잘 접히지만,

닳아버린 마음에 또다시 가슴이 아프다.  

     

시간이 흐르고,   

당신으로만 채워졌던 시간들이 한두 공간씩 비워져 나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끈질기게 붙어 있었던 그리움이 조금씩 옅어져 더 이상 이유 없는 눈물도 나지 않을 때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다시 펼쳐 보면 어쩐지 당신이 아니라  

당신에게 충실했던 내 감정, 내 모습, 그리고 너무 많은 시간이 포개져 잘 보이지도 않는 당신의   

작은 흔적들이 남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